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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Sep 02. 2020

삼성전자와 TSMC 반도체 위탁생산 승자는 정해졌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봤다

개인적으로 기업에만 근무한 게 근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서 비즈니스 수업 안 들어본 제가 “서당개 3년에 풍월한다” 속담처럼 기업의 전략, 방향, 사회와의 관계 등에 본의 아니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에 지대한 긍정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집단 중 하나가 기업입니다. 이들이 과거에는 매출만 신경 써줘도 주주들과 직원들이 만족했다면, 21세기는 기업에게 준법, 사회적 책임, 그리고 지속가능성 한 발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이런 것들을 이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며,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것(“a must do, no longer nice to do”)에 머무르는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기업들이 21세기가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 기준에 걸맞거나 그 이상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에서는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2020년 9월 1일 검찰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기소했다. 대부분의 언론과 댓글은 “삼성 때리기,”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정상적인 경영 불가,” “국가경제에 악재,” “경영 리더십 공백...” 등의 표현을 해가며 삼성 걱정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언론은 평소에 관리의 삼성, 시스템 삼성이라고 칭송을 하는데 그렇다면 총수가 없어도 당분간 경영은 큰 문제없이 굴러갈 수 있는 거 아닌가 반문이 가능하다.)


이처럼 총수의 기소가 언론 1면에서 다루어지듯이 삼성 그룹은 80년 넘게 대한민국 사회에 지대한 긍정적과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끼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 삼성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죽하면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을 삼성공화국이라고 할까.


언론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삼성 그룹의 성공은 삼성 오너가 정한 신규 사업에 삼성이라는 기업이 뛰어들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여 해당 분야의 기존 1위 업체의 제품보다 살짝 나은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놓아서 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다.


이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삼성전자가 일본 반도 체 회사들을 몰아내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한 것이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삼성 그룹의 매출의 70% 영업이익의 90% 가까이 차지한다. 괜히 삼성전자 외 계열사들을 삼성 후자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2018년 경우, 반도체 사업부가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 70%를 넘게 담당했다.


삼성 그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 삼성전자다. 그리고 삼성전자 중 반도체 사업부가 가장 영향력이 있다. 그리고 반도체 사업부 내에서 지금까지 메모리 사업부가 가장 핵심이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메모리와 핸드폰이다

여기서 용어 정리를 간략히 하자면, “팹리스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공장은 두지 않고 설계와 개발만 추진하는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SoC칩을 만드는 퀄컴과 브로드컴, GPU를 개발하는 엔비디아가 있다. 파운드리란 팹리스 반도체 기업에서 맡긴 반도체 설계 생산에 주력하는데, 대만 TSMC나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가 대표적이다.”(출처: IT동아) 그리고 삼성전자나 인텔은 다 하기 때문에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 한다.

지금은 살짝 밀렸지만 인텔은 몇십 년간 반도체 업계의 본좌였다.

삼성은 1997년 핸드폰에 들어가는 두뇌 등을 설계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조직을 세운다. 즉, 시스템 LSI 사업부의 탄생이다. 메모리 시장의 2.5배가 더 큰 비메모리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무래도 가격 변동성이 심한 메모리 시장보다는 훨씬 시장이 큰 비메모리 시장이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비메모리 시장이 더 크지만 그만큼 더 다양한 기업들 뛰어들었다

비메모리 시장은 메모리 시장에 비해 파편화되어 있다. 반도체 설계만 하는 퀄컴, 엔비디아, AMD와 같은 팹브리스, 반도체 위탁 생산만 하는 TSMC와 글로벌 파운드리와 같은 파운드리, 비메모리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끝판왕 인텔, 그리고 모바일 기초 설계의 제왕 ARM(현재 손정의가 팔려고 내놓았다), 설계와 검증 등을 해주는 EDA 기업들인 케이던스, 멘토 그래픽스(현재는 지멘스 자회사) 등이 있다.


아마 시스템 LSI 사업부는 처음에는 퀄컴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핸드폰에 퀄컴 칩이 들어갈 때마다 삼성전자가 퀄컴한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걸 줄이고 자체 설계된 반도체를 탑재하면 돈도 아끼고 나중에 다른 회사한테 삼성 칩도 팔고 일석이조 아닌가.


하지만 메모리 사업과 다르게 비메모리 설계는 녹록하지 않았다. 메모리는 저장용 반도체라면 비메모리는 통신, 그래픽 처리 등 정보 처리를 수행하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 이를 위해 삼성이 노력을 해도 퀄컴이라는 부동의 1위를 추월하기가 어려웠다. 퀄컵 칩과 자체 칩 사용과 관련하여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는 투트랙을 구사하는데, 고급형 스마트폰이나 미주 지역에서 파는 스마트폰에는 퀄컴칩을 탑재하고 보급형이나 한국과 기타 지역에서는 삼성의 엑시노스 칩을 탑재한다고 한다. 국내 언론에서 호평하는 것과 다르게 일부 엑시노스 칩은 성능이 퀄컴칩에 비해 부족했다. 게다가 퀄컴 등은 자기와 같은 분야에 들어오는 삼성전자를 견제한다.


그래서인지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시스템 LSI 사업부에 파운드리 업무를 추가한다. 자체 판단을 해보니 위탁생산은 견제가 덜 할 것이고, 고객의 설계도를 받아서 생산을 하니, 직접 설계하는 것보다는 용이할 것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간 파운드리 사업은 큰 비중이 없었다. 당장은 주로 삼성전자의 자체 설계된 반도체를 생산하고 부수적으로 고객사들의 설계도를 받아서 생산했다. 이미 파운더리에만 집중한 TSMC와 같은 회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끼어들기는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 단락에서 언급했듯이 설계 자체가 만만치 않고, 즉, 퀄컴을 넘어서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고, 메모리 사업에서 성공한 방식인 자본과 인력을 쏟아부으면 파운더리에서도 조만간 1위를 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시스템 LSI 사업부로부터 독립시킨다. 삼성전자가 고객의 설계 도면을 참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시키고, 독립하여 삼성전자의 예산을 파운더리에 더 집중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득이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2019년 앞으로 파운드리에 10년간 133조원과 전문인력 15,000명 채용할 것을 천명한다. 2030년에 파운드리 업계 1위를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국내 언론은 삼성의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로 경쟁자들을 물리쳤듯이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초격차 기술로 모두 제칠 것으로 내다본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독립을 한 후 시스템 LSI가 파운드리 사업부에게 위탁한 매출까지 포함시켜 삼성전자는 단숨에 파운드리 2위에 오른다. 참고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스템 LSI 사업부가 파운드리 사업부에 기여하는 비중은 50%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에서 50% 전후의 마켓셰어를 유지하고 반도체 업체 중 시가총액 1위인 끝판왕 대만 기업 TSMC는 녹록지 않은 상대이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모토로 TSMC는 위탁생산만 30년 해왔다. 그리고 TSMC는 일본 메모리 회사들이 삼성전자에게 패배한 것을 지켜봤다. TSMC는 삼성전자의 자본과 인력 투입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일례로 2019년에는 13조원 투자 및 3000명 채용을 한다. 게다가 TSMC는 위탁 생산을 오랫동안 해온 노하우와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같은 7nm 공정이라도 TSMC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보다 기술력, 패키징 등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TSMC는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가 아직 제시하지 못한 2nm 공정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여기서 7nm, 2nm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線幅)을 말하는데, 미세할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TSMC와 삼성의 격차는 아직 30% 차이가 닌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2030년 파운드리 1위를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이룰 것인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고 본다:


1) 기업의 분할: 파운드리 사업부를 삼성전자 내에서 독립했다고 하나 여전히 메모리, 시스템 LSI 사업부랑 같이 삼성전자라는 한 지붕 밑에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고객들에게 삼성전자가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을 준다.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삼성과 붙은 애플은 몇 년 전부터 TSMC에게 물량을 다 주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에서 분사하고 삼성전자와 전혀 관계없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2) 기업의 유연성: 삼성전자가 29만명의 임직원을 둔 글로벌 회사라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 본사를 두고 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회사다. TSMC도 그런 면에서 비슷하지만 삼성전자가 TSMC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세계의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 특히 삼성전자가 S급 인재라고 스카우트한 임원들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몇 년을 다니다가 결국 이직을 한다. 다른 재벌기업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또한 오너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이러한 인재들을 받아들이고 융화시키고 기업 문화를 발전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오너가 과감하게 주주로서의 역할만 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것이 어떨까.


3) 투명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깊이 연루된 삼성은 비자금 문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시 주가 산정의 적절성 및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문제, 무노조 방침(삼성이 최근 더 이상 무노조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3% 이상 보유로 인해 금산분리 원칙의 위반 등 아직도 미해결 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아니겠지만 삼성전자가 이러한 문제점과 리스크를 안고 제대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준법이 강화되는데, 삼성전자가 이를 해결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장기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 제안들은 지금까지 언론에서 나온 전문가들 의견을 바탕으로 써봤다. 하지만 답은 나와있다. 삼성전자가 위와 같은 제안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 방식인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여 TSMC를 잡으려고 할 텐데 삼성전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TSMC를 따라잡을지는 미지수다. TSMC가 인텔처럼 방향을 틀면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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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jitae20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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