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마주하는 여자들 사이의 첨예한 갈등에 대하여
스물아홉 살. 결혼하기에 조금 이른 나이이기도 하다. 친구들 중에서도 조금 빨리 결혼하는 편일지 몰라도 결혼을 발표한 후 마주하는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은 나를 참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조금 의식적으로라도 더 캐주얼한 차림으로 나가기도 했고 결혼 기념으로 나에게 선물해준 비싼 옷이나 비싼 가방은 조금 멀리하기도 했다. 특히 카카오톡이나 sns에 요란하게 결혼을 발표하면 행여나 주변의 지인들의 마음이 상할까 싶어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이러한 나의 크고 작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마주하는 불편한 상황들은 늘 있었다.
한 친구는 노골적으로 나에게 "너의 결혼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이해해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라고 왜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나도 그 친구와 마찬가지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질투해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 그 마음을 백 퍼센트, 아니 그보다 더 잘 이해한다. 그래서 친구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더 이해가 갔다. 친구가 내 청첩장에 대해서 열어보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 그리고 내 결혼 드레스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때마다 "그래, 지금 저 친구가 말하는 건 내 행복을 싫어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야. 지금 본인의 삶이 조금 힘들 뿐이야"라고 말하며 마음을 다독거리곤 했다.
그 친구를 제외하고도 결혼을 준비하며 많은 심리적 갈등을 겪곤 했다. 나의 말에 상처받았다며 연락을 두절해서 내 마음을 애태운 친구, 대뜸 연락해서 왜 자신을 만나지 않느냐며 화를 벌컥 낸 친구. 여러 가지 갈등으로 결혼식날 전까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친구들의 입장에서만은 부러움이나 질투 때문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 때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이 모든 것이 다 나의 잘못이라며 잘못이요, 부족함이라면 부족함이다.
이 상황에 대처하는 후배 예비신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결혼 전 마음관리는 몸매 관리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첫째로 친구들 간의 관계의 맥락을 늘 기억해야 한다. 지금 나에게 서운하게 말하는 친구가 있을지라도, 그 친구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이것은 단순히 내 결혼식에 한 명이라도 하객이 있어야 하는 '을'의 입장의 신부에서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그 친구가 나의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귀한 인연이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현재까지 연락이 닿고 있는 친구라면 함께 했던 좋은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어려웠던 시기를 함께 견뎌준 존재일 수도 있고, 서로의 쭈구리 같은 모습을 다 알고 있는 오랜 친구일 수도 있다. 지금 순간의 서운한 감정에 앞서 섣불리 행동하다간 그 아름다운 추억을 영영 혼자 기억해야 할지 모른다. 친구로서 왜 서운한 마음이 안 들겠는가, 울컥하고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나 또한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혼자 미안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 때 한 호흡 쉼을 쉬고 생각해보자. 지금 이 친구의 진심이 무엇일지, 이 친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의 경우에는 대게 나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에 대한 연민 때문에 나에게 모질게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럴 때 오히려 친구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거리를 둔 후 먼저 연락을 취하며 손을 내밀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우정은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둘째로는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생의 과제들이 그 친구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인간의 일생에 비슷하게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 대학 입시 - 취업 - 결혼 - 출산 - 노후 등 누군가가 짜 놓은 것처럼 일련의 과제들을 성실하게 수행하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쫓기듯 살아간다. 어쩌면 나와 갈등을 겪고 있는 그 친구도 이러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시간표에 쫓긴, 나와 비슷한 피해자가 아닐까? 만일 그 친구가 본인 또는 사회가 요구하는 시간표가 없었더라면,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나의 결혼식에 대해서 가니 마니, 혹은 무엇을 입고 가니 하며 아웅다웅하는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친구를 비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만들어놓은 이 구조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인생에서의 성장기에는 어느정도의 고통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유치가 빠질때 나는 눈물을 흘리며 이 빼는 것을 무서워했다. 사춘기를 겪을 때에는 나 이러다가 성격파탄자가 되는것은 아닐까 혼란스러웠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한 개인에서 한 가정을 이루는 잠정적 엄마가 되는 이 과정도 고통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을 통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더 이해심이 많아지고 너그럽게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는 이 시기를 견뎌내는 당신을 응원한다. 되도록이면 성장통을 많이 겪지 않고 지혜롭게 해쳐나가길 멀리서 바라는 마음이다. 나중에 지난 일들을 생각하며 이불킥하기보다는 웃으며 '나 그때 잘 견뎠어'라고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날이 올거라고 나는 당신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