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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Mar 31. 2019

떠난다는 것의 의미

가끔 우리는 무엇이 우리 삶에 들어오는지 모른 채 그것을 선택할 때가 있다. 

남편이 포닥 연구원으로 떠나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 나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나라에서 당분간 살게된다는 흥분에 겨워 마냥 신이 나있었던 것 같다. 


공항 리무진을 타고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붙이기까지, 떠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부모님과 마주앉아 마지막 식사때부터 밥이 잘 먹히지 않았다. 출국장으로 걸어가는데 아빠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결혼한 딸이라 그런지 손을 잡을까 말까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른 척 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언니와 눈이 마주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사실 예전에 영국으로 떠날때보다 여러모로 더 나은 상황인데도 헤어짐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닭똥같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안녕-하고 돌아섰다. 내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면 가족들이 더 힘든걸 알지만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어찌할 순 없었다. 문이 닫히기 전까지 그 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돌아서는데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떠난다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뜻이었고, 

다른 시간대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살던 집과 차던 차를 처분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끝낸다는 뜻이었고 

말이 낯선 타국에서 새로운 집을 구해 짐을 싸고 푸르며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산다는 뜻이었다. 

또 은행, 휴대폰 등 마음만 먹으면 누릴수 있는 시민으로써의 권리와 편의를 잠시 떠난다는 말이었고 

이제는 때마다 비자를 연장하며 시청을 왔다갔다 해야한다는 말이었다. 


지금 나는 몽골 국경선을 막 넘어섰다. 

부모님은 이제 대전집으로 돌아가 일상을 마주하고 내일을 준비하고 계시겠지. 


우리 부부는 이제 또 어떤 삶을 마주하게 될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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