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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Apr 08. 2019

낯선 당신의 친절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조금 삭막한 분위기 었다. 모두 무채색 건물과 벽면에 모든 사람들이 마치 자기 목적지를 운명을 마주한 듯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런 곳 이었다. 그 가운데서 무거운 짐을 양손 가득 가지고 더듬더듬 길을 찾아가는 우리는 더욱 위축되었다. 처음 독일이 나에게 주는 인상은 그저 너희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라는 암묵적인 분위기였다. 공항에서 길을 찾아나서는 길에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환영을 받는 듯 마음이 편안하지도 않은 그런 곳이었다. 


우리는 기차 시간 한 시간 전에 맞춰 플랫폼에 도착했다. Wiederbaden이라는 곳으로 향하는 기차를 몇 번 보내고 나서야 간신히 우리의 목적지로 향하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기차에 타고 어디에 우리의 짐을 놓아야 하는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우리 앞으로 우리만큼 큰 캐리어를 가진 두 부부가 열심히 짐을 배열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짐을 놓을 수도 또 들 수도 없어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나서서 우리 짐을 도와주기 시작한다. 우리 가방은 이렇게 저렇게 두라며 요목조목 조언을 해주시고 어디에 앉으면 편한 지도 순순히 알려주신다. 그렇게 한창을 같이 앉아 가는데 가만 보니 이 아저씨, 타고난 오지라퍼이다. 나를 사이에 두고 표 검수 원가 담소를 나누는가 하면, 화장실을 찾는 사람에게는 여기 고장 났으니 옆 칸으로 가라고 조언을 한다. 창문에 누군가 낙서를 한 자국을 보더니 지워지지 않는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내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다가 수첩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자기 일처럼 손수 주워주신다. 아저씨는 영어는 유창하지 않지만 다행히 프랑스어를 할 줄 아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줌마는 체코 출신, 아저씨는 자르브뤼켄 출신인데 튀니지로 오랫동안 휴가를 다녀오셨단다. 


한국으로 치면 말 많고 참견 많은 아저씨라고 고개를 저었겠지만 여기서 이방인인 나는 그런 아저씨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아저씨는 모르겠지. 자신의 독일스럽지 않은 참견과 관심이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이 차갑게 느껴지는 나라에 대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큰 의미라는 것을 그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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