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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Feb 14. 2018

유연한 어른이 되고 싶다

- 마음의 근육을 늘리는 시간 

얼마전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원래는 필라테스를 하고, 요가는 뒷전이었다.요가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요가 선생님이 늘 하시는 말씀처럼 요가는 "수련"인데, 내 몸의 근육을 늘릴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 어려웠다. 순간적인 근육을 사용하는 헬스, 그리고 코어 근육을 활성화하는 필라테스와는 달리 요가는 오랜 시간 천천히 나의 몸의 무게와 늘어나는 힘을 견뎌내는 운동이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며 나의 몸에 집중하는 시간. 그리고 고통에 집중하는 시간. 

요즘 나는 유연한 어른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인생의 변화를 앞두고 조금만 덜 조급해하는 사람일 수 있다면- 순간적인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여유있고 너그럽게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아는 한 부부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중에서 가장 "덜 꼰대같고" "가장 유연한" 사람인것 같다. 잘나가던 변호사에서 또 장래가 창창하던 교회 사역자를 내려놓고, 서점 주인으로 그리고 뜻이 맞는 분들과 변호인 사무실을 차림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셨다.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 그 분들과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며 새로운 출발을 두고 어떻게 그렇게 너그럽고 편안할 수 있었을까- 놀라웠다. 인생의 새 장으로 넘어가는 그 시간이 그들에게는 마치 봄이가고 여름이 오듯,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부분이었나보다. 

내 마음에도 오랜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늘릴 수 있는 길고 유연한 근육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간의 탄력과 힘이 아니라 참을성을 가지고 이 상황을 천천히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 유연함의 결과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몸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서 요가를 꾸준히 연습해야하듯, 마음의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요즘같은 변화의 시간에 나를 채근하지 않고 찬찬히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숨을 크게 내쉬며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몸의 근육에 집중하듯 나의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어디서 오는건지, 나의 결정은 어떤 가치에 근거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유연한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시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에게 맞는 시기와 때가 있듯, 지금 나의 마음의 계절에 집중해야 한다. 내 옆에 함께 수련하는 사람이 적이 아니라 동지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호흡을 맞추며 각자의 근육을 늘리는 사람들이니까. 

지금 내 인생의 맞이하는 이 변화들이 나는 아직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이 변화를 맞이하며 나는 온 몸으로 몸부림치며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만 같을때가 있다. 아직은 삐걱거리는 나지만, 언젠가 이 마음의 근육들을 연습하며 내일은 더 유연한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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