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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Jan 04. 2023

운영을 못하는 교육 매니저라니



4년 차 코딩 교육 매니저의 회고_4편






숫기없는 내향인의

사회 적응기


이제는 코딩 교육 매니저라는 직무에 대한 글을 쓸 정도가 되었지만,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일을 잘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1년 차 때의 나는 일을 못하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향적인 성격으로 살아온 나는 내 감정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대외활동을 꺼려했다. 그래서 대학생 때도 무난하게 학교를 다니며 좋은 학점을 받는 것에 만족할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교육 운영'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던 것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교육생들을 위해 서브웨이에 단체 주문 전화를 해야 했는데, 나는 전형적으로 전화가 무서운 사회 초년생이었다. 게다가 주문 옵션이 많은 서브웨이라니. 그 당시의 나에게는 엄청난 미션이었다. 그래서 전화 스크립트를 꼼꼼히 작성하고, 아무에게도 내 미숙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폰부스에 들어가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내향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4년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이제는 꽤 당차졌다.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해치우는 편이다. 전화를 받거나 거는 것도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다만 이번에는 또 어떤 이슈 때문에 전화가 걸려온 건지 그 내용이 무서울 뿐.






실수는 끝이 없고

반복되지


교육 매니저들은 특히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 많다. 그리고 나는 행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었다. 내 사수가 행사를 기획하는 업무를 주면서 '전체 프로세스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면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다' 라는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 조언은 100% 맞는 말이긴 한데, 그 당시의 나에게는 실효성이 없었다. 행사 경험이 없으니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일말의 지식조차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실수가 잦았다. 운영이고 기획이고의 구분을 떠나서 업무 전체에서 실수가 많았다. 개념이 잡히지 않은 그 무언가를 어떻게든 알아서 해내야만 했다. 한 번은 강사와의 계약을 준비하는데, 당당하게 계약서를 1부만 인쇄해갔다. 계약서 2부를 인쇄해서 나눠가져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계약을 하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찾아온 강사는 나 때문에 허탕을 쳤고, 그날 나는 사수에게 혼났다.


그다음에는 특강을 메이드 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정원이 한정되어 있어 특강 참여자를 선발해야 했다. 이때도 개념이 없었던 건지 혹은 실수였던 건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선발된 사람들에게만 선발 통보를 하고 미선발된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 결국 특강 당일에 걸려오는 선발 여부 문의 전화와 특강 장소에 찾아와 항의하는 사람들까지 모든 상황이 얽히고설켜 진땀을 흘렸다. 결국 난 그날에도 불려가 혼날 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나름 모범생이었기에 실수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입사하고 몇 달간 실수를 밥먹듯이 했다. 그래서 한동안 이 직무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개념이 없는 부분은 그냥 부딪히고 봤다. 행사도 한 번 두 번 겪어보니 그래도 눈에 보이는 게 생겼다. 계약서도 이제는 2부를 챙기고, 합불 발표 때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두 번 세 번을 체크했다. 조용히 살아온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삶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채우기 위해 두 배로 시간을 더 쏟고 두 배로 확인을 했다. 그때부터 비단 업무와 연관된 것뿐만 아니라 일부러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익숙해지기 위해 버티다 보니 1년이 지났고, 2년 차가 되니 어느새 혼자 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2년 차 때도 불완전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1년 전에 비하면 큰 성장이었다. 그리고 2년 차가 된 직후에는 새로운 신입 팀원이 들어와 나도 비로소 누군가의 사수가 될 수 있었다. 


운영을 못하던 교육 매니저는 그렇게 운영의 세상에 적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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