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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Feb 20. 2023

강렬했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런칭



4년 차 코딩 교육 매니저의 회고_6편






코로나가 바꿔버린

오프라인 교육 시장


처음 담당해서 잘 이끌고 있던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 이제 좀 안정화가 되었나 싶었을 때 코로나가 찾아왔다. 잠깐 흘러가는 감기쯤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길고 독한 놈이었다. 그 당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대부분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회사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다. 지금 하고 있는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만들어보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만들어야 하기에 앞으로의 여정이 힘들 것임이 자명했다. 하지만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마땅히 필요했고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끌었던 교육 프로그램은 런칭이 된 이후에 내가 운영을 잡은 케이스였지만, 이번 프로그램의 경우 직접 기획부터 런칭까지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동안 매번 같은 사이클로 일을 하다가 새로운 업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이다.






촉박한 일정,

그리고 쏟아지는 업무


프로그램 런칭일은 정해져 있었고, 우리 팀에게는 2달이 주어졌다. 애석하게도 회사 내부에 온라인 교육을 만들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나 시스템이 없었다. 프로그램 기획, 강의 제작, 플랫폼 개발, 교육 준비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가장 난관은 강의 촬영이었다. 2달 안에 정해진 분량의 강의를 제작해야 하는데, 우리의 강의 시수는 타사 대비 매우 긴 편에 속했다. 강의를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강사님 입장에서도 부담될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었다. 게다가 여건상 전문적인 촬영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우리도 강사님도 강의 촬영으로 2달 내내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차저차 강의 촬영이 완료되면 영상 검수를 해야 한다. 우리는 영상에 풀자막이 들어가는 관계로 업무 시간의 절반 이상이 검수에 소요됐다. 게다가 프로그래밍 교육 영상이다 보니 내용 자체가 어렵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개발 용어들을 통일하는데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그래도 한 번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용 검수 - 자막 검수 - 최종 검수로 총 3번에 걸쳐 검수를 진행했고, 우리 모두 검수 지옥에 빠졌지만 덕분에 영상의 퀄리티는 올라갈 수 있었다.


강의가 만들어져도 강의만으로는 상품을 팔 수가 없다.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플랫폼이 런칭 한 달 전에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거의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1달 동안 QA라고 부르지만 거의 재개발 수준으로 플랫폼을 뜯어고치는 과정을 겪었다. 필요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기능, 이미 존재하지만 오류가 가득한 기능들의 목록을 한숨을 푹푹 쉬며 정리했고, 처음 하게 된 QA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는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하기 전에 프로그램 기획이 선행되어야 했으나, 급박한 일정탓에 우선 프로그램의 큰 틀만 만들어두고 강의 제작으로 넘어갔었다. 그리고 강의 제작과 플랫폼 개발이 어느정도 진행된 후에야 세부 기획에 돌입할 수 있었다. 여기서 관건은 무수히 많은 타사의 온라인 강의와 우리 프로그램의 차별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팀 전체가 고민한 결과 우리만 할 수 있는 차별점을 하나 만들었고, 프로그램의 시그니처 특징이 되었다.


그렇게 주요 사항에 대한 기획이 완료되니 교육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오프라인 교육 운영 시 틈틈이 정리한 문서와 템플릿을 기반으로 내용을 업그레이드해 그 어느 때보다 원활하게 교육이 흘러갈 수 있도록 세팅했다.






드디어 런칭,

잊지못할 야근의 추억


동시에 열 가지 이상 병행되던 테스크들이 런칭일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드디어 말로만 하던 런칭이 되었다. 영상은 지금 봐도 고퀄리티라고 생각할 정도로 완성도 높게 잘 나왔다. 운영 시스템은 처음에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늘 그래왔듯 피드백을 토대로 정교하게 다듬어갔다. 


런칭 후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공수가 많이 들어가면서 애초에 기획을 잘못한 걸까 남몰래 자책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몇 달 후 경쟁사에서 벤치마킹 해가는 걸 보며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많은 것이 주어지지 않았으나 짧은 시간 동안 잘 해왔음을 증명받을 수 있었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결정이 내려지고부터 우리 팀은 다 함께 야근을 시작했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때가 겨울이었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퇴근한 빈 사무실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가끔 몸이 찌뿌둥해지면 사옥 마당에 있는 눈을 쓸기도 하고.


평소에도 일하다 보면 주 45시간을 초과하곤 했지만, 마지막 1달 동안은 주 50시간도 우습게 넘길 수 있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입사한 이후로 이렇게 단시간 집중해서 무엇가를 준비해 본 적이 없었다. 전혀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게 되어 헤맬 때도 있었지만, 해결해 나가면서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전체 커리어를 통틀어 이 기간에 가장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계속 오프라인 교육에 안주했다면 온라인 강의를 촬영하고 편집하고 검수하고 제작하는 이 프로세스의 복잡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나에게 생소했던 플랫폼 개발이나 QA 같은 것들과도 담을 쌓고 살았을 것이다.


원래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미화된다고 하지만, 나는 힘들었던 순간까지 포함해서 이 때가 가장 좋았다. 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얻는 보람과는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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