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코딩 교육 매니저의 회고_7편
그 당시 우리 회사의 교육팀은 B2C/B2B와 B2G, 2개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B2C/B2B 교육팀이었고, 그랬기에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을 담당했었다. 우리 팀이 신규 프로그램 준비로 바쁠 때쯤, B2G 교육팀 또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입사 초반에는 B2G 사업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우리가 직접 교육을 만들어 개인에게 제공하는 B2C 사업 위주로 회사가 경영되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코딩, 개발, IT' 이 3개의 키워드가 급격하게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에 정부가 나서서 IT 인재 양성을 위한 신규 교육 사업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중요도가 높으면서 집중적으로 키워낸 사업이 바로 'K-디지털 트레이닝'이었다. K-디지털 트레이닝이라는 사업이 처음 기획될 때의 의도는 좋았다. 기존의 컴퓨터 국비지원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IT 교육을 제공하는 몇몇 스타트업을 선정하여 교육생들에게 최신 기술을 무료로 교육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우리 회사는 IT 교육으로 인지도가 있던 덕분에 그 '몇몇 스타트업'에 속해 K-디지털트레이닝 사업의 첫 타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었기에 제도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점이 많았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업 담당자와 정부 담당자가 부족한 점을 그때그때 보완해 가며 결코 순탄치 않게 운영을 했다.
그 당시의 나는 나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안정화 하느라 바쁜 시기였고, B2G 팀이 새로 한다는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에 대해서는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로 이해할 뿐이었다.
B2C와 달리 B2G 사업은 모든 일이 번거롭게 진행된다. B2C는 모든 결정을 회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으나, B2G는 결정권이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정부로부터 사업을 유치해 와 운영하는 입장이기에 스타트업의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기록되어야 하고, 사업의 끝에는 뚜렷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도 예산이 배정될 수 있고 사업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와 같은 운영 업체는 복잡하게 설계된 정부의 시스템으로 수 많은 행정처리를 해야 했는데, 이것이 아주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일단 교육 매니저가 하지 않던 '행정처리'라는 업무를 새롭게 해야 했으며, 그 행정처리가 이루어지는 정부의 시스템은 그 당시 개발이 덜 되어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천지였다. 행정처리를 하며 '현타'를 느끼는 교육 매니저가 생겨났고, 시스템의 사용성 때문에 일하면서 키보드에 화풀이 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동료들을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업무는 힘들었지만, 결국 해야만 했다. B2G 사업의 규모는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B2C는 감히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고, 곧 회사의 중심 사업으로 떠올랐다. 이는 우리 회사뿐만이 아니었다. 소소하게 B2C 교육을 하던 스타트업, B2B 위주의 교육을 하던 스타트업, 비영리로 IT 교육을 하던 단체 등 IT 교육을 하는 거의 모든 회사가 B2G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았나. 처음에는 괜찮은 사업이라고 생각했던 K-디지털 트레이닝이 점차 확대되면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