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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May 23. 2023

내가 직접 마주하게 된 '그 사업'



4년 차 코딩 교육 매니저의 회고_9편






아무것도 모른 채
하게 된 2번의 이직


이전 편에서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새로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에 심취해 있던 당시의 나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우리 팀 일도 바쁜데 굳이 힘들어하는 다른 팀의 업무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과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첫 회사에서 퇴사를 하게 된다. 첫 회사는 익숙하고 좋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해둔 이직처 없이 무턱대고 퇴사부터 저질렀고, 무더운 한 여름에 퇴사하는 바람에 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한 달 동안 이직 준비를 했다.


첫 이직이어서 혼자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2개의 회사에 최종 합격하고 추가로 1개 회사에서 제안을 받게 되었다. 성공적인 이직 스토리였다. '역시 나는 멋진 교육 매니저인가봐' 이런 생각도 해가며 SNS에 이직 성공 기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회사로 이직을 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회사를 옮겼다. 이전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들어와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나는 순식간에 세 번째 회사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다시 교육 매니저로서의 일을 이어가게 되었다.






피하고 싶던 걸

맞닥뜨리게 되다


세 번째 회사에 들어가니 날 기다리고 있던 건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이었다. '해본 적 없는데.. 전 회사에서 좀 배워놓을걸' 후회가 사무치게 들면서도 고통에 몸부림치던 옆 동료가 생각나 머리가 아찔했다. 내가 K-디지털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니.


하지만 어쩔 수 있나. 대세이니 따라야 했다. 나는 신입의 마인드로 돌아가 K-디지털 트레이닝의 행정 처리를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모르는 건 하나하나 물어보고 애매한 부분까지 죄다 캐가며 이 복잡한 행정을 어떻게 하면 교육생들에게 편리하게 안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기존에 교육 서비스를 하던 회사였지만 제대로 된 운영 시스템이 없었기에 1부터 10까지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그 과정을 다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생략하자. 그렇게 대략 2달 정도를 고생하니 어느 정도 운영 시스템이 잡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에 대한 나의 이해도 또한 최고치를 찍을 수 있었다.






의미 있는 교육일까?

물음에 답하지 못하다


복잡한 행정은 정리되었고 매끄러운 운영을 위한 세팅도 완료되었지만, 그 가운데 해결되지 않는 물음이 있었다. '이 교육이 의미가 있는 걸까?' 강사님은 열심히 강의를 했고, 교육생들도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러나 늘 공통적으로 나오는 피드백이 있었다. '이걸로 취업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업무를 쳐내느라 미처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는데, 피드백을 곱씹어보니 맞는 말이었다. 취업을 위한 교육인데, 취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교육이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이 교육이 잘못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든 K-디지털 트레이닝의 교육이 그랬다.


교육생 모집 기간에 지원서를 받을 때면 다른 부트캠프를 이수하고 온 교육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뭘까 싶었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제 이 교육은 사람들이 취업 전에 한 번씩 듣는 학원 같은 게 되었구나.


이 교육을 담당하고 처음에는 재밌기도 했다. 오랜만에 내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교육생에게 쉽게 안내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하지만 그런 과정은 차치하고, 내가 처음 교육을 시작한 목적인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맥락과 맞지 않았다. 이건 개발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개발자 양성 과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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