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지수 May 18. 2023

작심하고 비판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



4년 차 코딩 교육 매니저의 회고_8편






다시 생각해보는
K-디지털 트레이닝의 목적


처음에는 소수의 IT 교육 스타트업만이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에 참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하는 기업의 수가 늘어났다. IT 교육 스타트업 전체, 그리고 이제는 국비지원을 하던 컴퓨터 학원까지 모두 뛰어들고 있다. 만약 IT 기본 소양을 가진 인재를 다수 길러내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 사업 참 잘 한다고 칭찬했을 것이다.


하지만 K-디지털 트레이닝은 교육 기간 동안 배운 IT 기술로 '실무에 뛰어들 수 있는 인재 배출'을 목적으로 한다. 즉, 교육생들은 교육을 이수하면 취업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사업 종료 후 운영 기관들은 교육생의 취업률로 평가를 받게 되고, 특정 수치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해야 한다.


단 6개월 만에 취업을 하라니. 어불성설이다. 보통의 K-디지털 트레이닝 교육은 6개월 정도 진행된다. 그리고 K-디지털 트레이닝 교육 과정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래밍,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보안 등은 그 내용이 지독하게 어렵다. 6개월만으로는 기본기만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굳이 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6개월 공부하고 실무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만약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모두 네카라쿠배를 가야 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모든 교육이

부트캠프라고 한다


'부트캠프'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쓰인 지 오래 되지 않았다. 본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단기간, 약 6개월 정도를 매일 10시간 이상씩 몰입하는 교육 과정을 의미했다. 그리고 한국에 그 개념이 도래했을 때는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나름 그 의미에 맞게 부트캠프가 운영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이 진행되면서 거의 모든 교육에 부트캠프라는 이름이 붙는다. 비슷하게 6개월 정도 장기간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학습 시간도 9 to 6로 매일 긴 시간 동안 진행되니 진짜 부트캠프 같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 운영되는 대다수의 교육들이 진정한 의미의 부트캠프에 해당할까?


일단 강의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프로그래밍,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보안 등의 기술은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전문가가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지금 공급되고 있는 교육의 수는 전문적인 강사의 수를 초과한 상태다. 많은 교육들이 그렇게 고퀄리티가 아닐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제는 이 부트캠프에 참여하는 교육생들의 마음가짐 또한 다르다.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은 이미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졌고, 한 교육 과정을 다 이수했음에도 다른 교육 과정을 또 수강하는 교육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생들도 교육의 깊이가 얕음을 알기에, 이 교육만으로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교육이 종료되면 교육생들은 해당 분야에 관해 기본 지식을 얻는 정도의 아웃풋을 갖게 된다. 물론 가끔씩 SNS를 통해 '이 교육 듣고 네카라쿠배 갔어요' 요지의 홍보 영상을 마주하겠지만, 우리는 항상 비슷하게 공부하는 것 같아도 서울대에 가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홍보 영상에 나오는 이야기는 지극히 특수한 사례이며, 정작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결국 지금의 부트캠프들은 취업을 매개로 '교육생'이 아닌, '교육 회사'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전 07화 다가오는 K-디지털 트레이닝의 물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