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코딩 교육 매니저의 회고_마지막 편
얼마나 많은 코딩 교육 매니저들이 내 글을 읽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정책에 맞게 변해가는 이 업계에 피로감을 느낀 교육 매니저들이 분명 곳곳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에.
교육 업계에 있으면 일반적으로는 이직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 경쟁사였던 곳이 내 회사가 되기도 하고, 현 회사였던 곳이 경쟁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달되는 말이 많고, 평판이 중요해진다. 다행히 평판 관리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일단, 주어진 일을 잘 해내면 된다. 그리고 업계와 관한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언급하지 않는 편이 좋다. 생각이 너무 많은 건 평판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글쟁이였다. 대학생 때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했는데, 직장인이 되면서 제대로 글을 적을 수 없었다. 내 글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연차가 쌓이니 글 쓰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내가 속한 회사, 내가 참여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다.
그래서 퇴사를 하고 쉬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지금에서야 다시 키보드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교육 매니저들이 나와 같은 의견은 아니겠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교육 매니저들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부트캠프 속에서 혼란스러울 교육생들의 마음까지도.
지독하게 힘들었던 기억들도 세월이 흐르면 좋게 포장되곤 한다. 그렇다고 일하는 게 힘들기만 했다는 건 아니다. 나는 일을 시작하면서 명확하게 가치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배운 게 너무 많았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정말 많은 보람을 얻었다.
밤샘 해커톤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열정에 덩달아 신나 발에 땀나게 뛰어다닌 기억도 있고,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코딩을 배우는 어머님이 잘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몰래 간식을 가져다 드린 적도 있다. 행사 때 교육생들 식사는 챙기면서 막상 나는 긴장한 탓에 과자 부스러기만 먹었지만 행복했다. 지금은 그 보람을 많이 잃었지만, 그전까지 교육생들로부터 얻은 보람이 쌓여 거대한 한 웅큼이 되었다.
퇴사를 하고 오랜만에 만난 전 회사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만약 처음부터 정부 사업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생각을 안 했을 거라고. 내 첫 프로그램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B2C 클래스여서, B2G랑은 목적과 성격이 너무 달라서 오히려 이런 혼란을 겪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 혼란까지도 시간이 지나면 다 좋게 남을 거라고 믿는다. B2C 클래스를 운영하며 힘들었던 시간들도 추억이 되었으니, 변화 때문에 튕겨져 나온 지금도 나중에 웃으며 돌이켜 볼 수 있는 또 다른 추억의 한 장이 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건 '언제 복귀할 것인가'일 것이다. 사실 직장인에게 긴 공백은 좋지 않다. 그런데 글을 쓰는 지금, 벌써 퇴사한 지 9개월이 되어간다.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1년 이상이 넘어가면 복귀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알고있음에도 당장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지금 돌아가면 수많은 정부 사업에 파묻혀 똑같은 일을 똑같이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이 변화 빠른 업계에 다른 새로운 변화가 오지 않을까 일단 기다려보고 싶은 마음이다.
4년 차가 된 지금도 여전히 코딩은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코딩 교육이 좋다. 최근에 혼자 HTML/CSS 코드를 다룰 일이 생겼는데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내가 이런 교육을 했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까, 나는 좋은 교육을 했었을까, 고작 한 줄짜리 짧은 태그 하나 치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양산형 교육이 아니라 교육 그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건강한 클래스들이 다시 오픈되는 시기가 오면 주저 않고 돌아가고 싶다. 나는 꽤나 이 일이 잘 맞았고, 즐겼고, 좋아했으니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기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4년 차 코딩 교육 매니저가 어서 빨리 5년 차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