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에서 피어나는 결심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꼭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특히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늘 머릿속에서 시작하는 단계가 있는데
처음에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밀려오고, 그다음에는 우려가 따라온다.
걱정과 우려를 하다 보면 '지금은 준비가 덜 됐으니 나중에 하자'라는 합리화를 끝으로
머릿속에서만 고민하다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겁이 많은 나는 처음부터 잘하지 못할 나를 견디기 어려웠고,
안 되는 이유들을 차곡차곡 모아 내가 굳이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방어막을 만들고는 했다.
내가 만든 방어막이 내 걸음을 막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늘 그걸 깨지 못했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방어막 속에서 안전하다 착각하며 지내던 날들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기에 엄마는 내게 수영을 권했었다.
수영은 내가 몇 년 전부터 나중에 준비되면 해야지라는 핑계로 묻어뒀던 것들 중 하나였다.
수영을 배우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날아다니는 건 못해도 헤엄정도는 칠 줄 알아야 되지 않나? 싶은 마음이었는데
수영 또한 내게는 진입 장벽이 높았다.
첫 번째 장벽은 바로 수영복이었다.
물놀이 갈 때도 래시가드만 입던 나는 몸매 라인이 드러나는 수영복은 시작 전부터 부담이었다.
두 번째 장벽은 렌즈와 안경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나쁜 시력이었다.
세 번째는 상상만 해도 민망한 비키니 라인
그리고 결정적으로 등록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수켓팅'까지
하고 싶으면서도 망설이는 마음들이 하나 둘 쌓여, 결국 나는 스스로 벽을 높여가며 시작을 미루곤 했다.
그렇게 쌓아 올린 벽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마침내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작년 여름 친구와 강릉 바다로 놀러 간 날이었다.
같이 간 친구는 꾸준히 수영을 배웠던 친구였고, 나는 평소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물과 친하지 않았다.
그래도 평소 바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해변가에서 바라만 보던 바다에 오랜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신이 났을 뿐 두려운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신나는 마음으로 걸어 들어간 바닷속은 바닷물이 내 허리춤까지밖에 오지 않았음에도 갑자기 공포심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친구를 향해 무섭다고 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글을 쓰며 회상해 보니 하반신만 담근 채로 무섭다고 소리치는 내 모습이 꽤나 웃겼을 것도 같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무서웠다.
물에 들어가지 않아서 몰랐던 건지 아니면 없었던 물 공포증이 생겼던 건지 결국 나는 얕은 해변가에서만 살살 놀면서 해녀처럼 물에 잠수해서 조개도 주워주는 멋진 친구를 바라보며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물 앞에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공포심은 수영을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내 남은 생에 물놀이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막상 마음을 먹고 나니, 그동안 쌓아 올렸던 벽은 다 핑계였나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마음만 남아
나는 결국 그 어렵다는 수켓팅을 5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