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수라갯벌

by 최지언

군산에 가야겠다!
<수라>(황윤 감독)의 아름다움을 본 죄!!

황윤 감독의 다큐인 <수라>가 개봉되었다. 다큐의 어려움만 알았지 그렇게 오래, 7년 동안이나 찍은 줄은 모른 채 새벽 댓바람에 극장으로 달려갔다.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한다는 것만 알고도 반가웠다. 독립영화관에서나 볼까 싶었는데 상영관이 170여개로 늘어났다니 어찌나 반가웠던지..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수라라니.. 수라는 임금의 밥상이나 연상했는데 내 무지함이 드러난다. 군산에 이주한 황윤 감독은, 새만금의 갯벌에 얼마나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지를 기록하고 증거를 남기기 위해 활동을 시작한, 시민생태조사단의 활동을 만나면서 자신도 조사단의 일원이 된다. 카메라에 포착되는 검은머리 갈매기에 반하면서 관객에게도 그 매혹적인 자태를 보여준다.. 우포늪의 따오기에 스민 정봉채 작가가 생각난다. 그들의 비상을 가까이에서 본 분들은 그 아름다움에 붙들려서 헤어나지 못한다.

시민생태조사단원인 오동필씨는 20대에 수라에 왔다가 여기에서 새만금간척사업을 진행하는 걸 다 보고 반대한 날들을 보내다가 40대가 되었고 어린 아들 승준은 20대 대학생이 되어 생물학과로 진학하여 아버지와 함께 갯벌 수라의 생명을 기록하는 일을 한다. 오동필씨는 수라를 ‘비단에 새겨진 수’라고 했다. 20년 넘게 새만금이 소멸하는 것을 지켜본 그는, 북쪽 툰드라 지대, 알래스카에서 날아와 새만금을 거쳐 호주·뉴질랜드를 오가는 도요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새만금 갯벌에서 도요새들의 황홀한 군무를 본 것을 잊지 못한다. 이미 갇혀버린 새만금인데도 포기하지 못하는 건 그 군무의 아름다움을 보아버린 죄값이랄까 하며 눈시울을 적신다. 이 아름다움을 후대에도 알리고 싶다는 욕망이 그곳을 지키게 했다는 것이다.

선배 감독은 다큐를 찍다가 돌아가시고 갯벌에 들어가 조개를 캐던 어부 언니는 물이 들어오는 걸 모르고 참사를 당하는 일을 겪고 새만금은 잊혀져 간다. 방조제로 바닷물을 막으면서 갯벌에서 살던 비단조개나 맛조개들이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다가 비가 세차게 내리니까 바닷물인 줄 알고 입을 열었다가 백사장에 하얗게 죽어간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렇게 많은 생명체를 간척사업입네 뭐네 하며 죽였다. 어부를 농부로 만들겠다며, 칠면초가 아름답고 철새들의 기착지인 새만금은 방조제로 막혔다. 그 어부들은 풀 뜯는 공공근로를 시켜서 근근히 살아가게 해주고.. 갯벌에서의 생기발랄하던 표정은 찾을 수가 없다..

이제 새만금은 신공항 건설한다며 또 마지막 남은 갯벌의 생명체를 쫓아내려 하고, 김제 부안 군산의 방조제 소유권 갈등 문제, 미군기지 확장 우려 등등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다. 감독은 이런 정책과 부딪치는게 아니라 그곳엔 생명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

바닷길이 막히면서 사라진 줄 알았던 흰발농게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고(10년 동안이나 끈기있게 버텼고) 검은머리 갈매기가 날아오고 도요새가 날아온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도 나타났다. 도요새의 군무를 다시 보여 준다..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수라는 많은 생명체가 하루아침에 죽어나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생명을 품고 있었다. 도요새의 군무를 말할 때 한없이 행복한 얼굴이 되는 오동필씨는 나만 아름다운 것을 보았는데 우리의 아이들은 이를 볼 수 없게 된다는 걸 참을 수 없다고 한다. 갯벌은 개인의 생명을 저당잡히는 게 아니라 많은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며.. 그래도 여전히 개발을 한다면 거기를 떠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쓸쓸히 하지만.. 여전히 떠나지 못할 것임을 우리는 안다.

수라는 아름답고도 가슴이 아린 영화이다. 어느날 갑자기 물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지 못해 바닷물을 기다리다 빗물이 바닷물인 줄 알고 입을 열었다가 폐사한 수많은 생명들.. 머나먼 길을 날아와 고픈 배를 채우고 쉬었다가 다시 먼길을 날아가야 하는 도요새나 철새의 기착지.. 인간이 뭐라고 자연을 막아서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걸까. 이 영화는 더 많은 사람이 보고 가슴 아린 체험을 해야 한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깨어나게 하는 다큐, 한 번 더 보러 가야겠다.

태휘샘 보러, 쑥국샘 보러 군산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