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도 활기차게 지내려면 허벅지 힘을 써야 해

요가실록: 포레스트 요가 수련 이야기

by 지반티카


블라인드를 걷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오늘부터 추워진다고 했다.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눈이 와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에 수련을 간 건 아니다. 미리 계획한 수련이었다).


요가원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보지 못한 사이 흐른 시간이 느껴졌다. 요가원도 나도, 크게 바뀐 것은 없어 보이는데 무언가가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트를 깐 수련실 바닥이 따뜻해서 좋았다.



"움직일 때 보면, 허벅지는 일을 안 하고 놀고 있어요."



신희 선생님이 수업 의도를 전달하며 말했다. 집에서 혼자 수련하고, 운동하면서도 종종 느낀 바였다. 허벅지 근육은 왜 쓰려고 해 봐도 잘 써지지 않는 걸까? 이참에 놀고 있던 허벅지 근육을 오늘은 제대로 쓰자고 다짐했다. 80대에도 훤하게 앞이 트인 시야로 활보하려면, 지금부터 허벅지 힘을 더 써야 한다!*



앉은 자세를 하는 동안, 허리와 등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서 기대며 다리를 쓰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동안 그러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오늘은 특히 그런 경향이 있었다. 허리가 위로 펴지기 전에 둥글게 뒤로 물러나는 듯한 느낌. 허벅지를 펴서 쓰기 위해 더욱 집중했다. 지금까지 수련하며 배웠던 모든 몸의 움직임을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슈 레이스에서 트위스트를 하며 발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는 자세. 포레스트 요가 수련 중 웜업 (warm-up)에 자주 등장하는 자세이다.



토요일의 인텐시브 수련을 오래 쉰 것 치고 포어암발란스** 스플릿 (Fore-arm Balance Split)를 꽤나 가볍게 올라갔다. 요가원 수련을 쉬는 동안 집에서 했던 플랭크의 효과가 나타나는 순간이었는지도. 허벅지 근육을 쓰니, 벽에 발이 닿지 않은 상태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등과 어깨에 힘을 더 뺄 수 있으면 더 가벼워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어암발란스 스플릿. 허벅지 근육을 많이 쓰면 벽에서 떨어져 중심을 더 잘 잡을 수 있게 된다.



허벅지 힘을 쓰니 수월해지는 건 포어암발란스뿐만이 아니었다. 보우, 콘트라스트 런지 (Contrast Lunge), 휠 (Wheel,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까지. 오랜만에 하는 백벤드인데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땀이 나니 순환이 되는 느낌도 더 들고, 기분도 좋아졌다. 혼자서 하면 귀찮아서, 힘들어서 하지 않거나 대충 넘길 수 있는 자세들을 선생님과 꼼꼼히 확인하고,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며 해내게 된다. 그룹 수련의 장점이다.



"오늘 수련 가면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수련 후에 탈의실에서 누군가 신희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할 수 있을까보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돼요."



선생님이 대답했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그리고,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느끼고, 수련을 하며 변화해 온 올 한 해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요가원을 나서는 길, 조금씩 눈이 날렸다. 눈을 맞으며 발을 내디뎠다. 기운찬 발걸음.


얼마 남지 않은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뛰었다. 버스 뒤쪽에 빈자리에 앉으면서 아늑함을 느꼈다. 다행이었다. 다음 차 기다리느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돼서. 누구에게도 눈치 채이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역시, 추운 겨울에도 활기차게 지내려면 허벅지 힘을 써야 해.



2023.12.16 요가실록 <끝>



* 이번 글 제목을 '항노화를 위한 허벅지 강화'로 할까 잠시 고민했었다.


** 포어암발란스는 벽 앞에 블럭을 두어 생기는 그만큼의 공간에 엉덩이와 다리를 기대어 유지하는 백벤드와, 블럭을 쓰지 않고 벽에서 더 떨어진 곳에서 다리를 다 펴고 발만 벽에 대는 것까지 연습했다.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이 자세들에서까지 허벅지 힘을 제대로 쓰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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