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중요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중요했던
삼성전자를 퇴사한지 10년이 넘었다.
당시 나의 상황을 반추해본다.
11월 말에 KAIST MBA에 합격하였고
삼성전자를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회사 내 누구에게 가장 먼저 퇴사 계획을
밝혔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나의 사수 였던 형에게 먼저 말했던 것 같다.
위로 두 기수까지는 형동생 하면서
정말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부서장인 차장님께도 퇴사 의사를 밝혔고
팀장님께도 나의 퇴사 소식이 알려졌다.
그리고 팀장님 면담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팀장님은 상무 직급에
팀 소속인원만 1300명이 되는
어마어마한 조직을 이끄는 분이셨다.
이후 사회에 나가보니 조직의 규모에 따라
팀장이라는 직책이 가지는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삼성전자 팀장은
그 무게감이 굉장히 크다.
그래서 상무님이신 팀장님과 퇴사
면담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MBA를 하게 되서 퇴사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고 상무님께서는 나의 앞날을
응원해주셨다. 뭐라고 말씀하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공간의 분위기와
상무님의 인지한 미소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회사 동기들에게 퇴사인사 메일을 썼다.
회사에 학교 선후배들이 많이 있어서
그분들과 마지막 식사를 했다.
당시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삼성전자를 퇴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결정이고 부모님이 왜 그렇게
우려를 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내가 삼성전자 퇴사를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회사를 나온 덕분에 세상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많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인간마다 호기심의 크기는 다르다.
호기심의 분야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다.
나의 호기심의 특징은 특정 분야에
대한 호기심은 깊지가 않지만
호기심의 영역이 다양하고 넓다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알고 싶었다.
내가 삼성전자에 계속 다녔다면
지금보다 이 세상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세상을 안다는 것을 단순하게
직접 경험한 직업이 몇개인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았느냐로 판단한다면
나는 지금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세상에 대해 알아서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별 큰 의미는 없다고 대답하고 싶다.
호기심에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냥 궁금한 것이고 호기심이 충족되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세상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불안과 불만사이'
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하였다.
언젠가 더 큰 가치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이렇게 이 세상의 흐름에
가만히 몸을 맡긴 상태가 좋다.
삼성전자 퇴사를 후회하는 이유도 여러개 있지만
이 세상을 많이 알아가고 있다는
이 단 하나의 이유가 후회의 이유를
많이 상쇄시킨다.
누군가에게는 중요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중요했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것
아직 많이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 세상은 더 살만한 것 같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불만사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