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숙취 없이 맞이한 토요일 아침 리뷰

일주일째 금주 중 #금주일기6

by 전준하

5월 22일 토요일 아침이다. 매주 찾아오는 토요일이지만 오늘 토요일은 매우 특별하다. 거의 20년만에 전날 술을 안마시고 맞이한 토요일 아침이기 때문이다.



군대를 제대한 2002년부터 지금까지 금요일 밤에 술을 안마신 적이 있었을까? 내 기억에는 없다. 5월 16일 일요일부터 금주의 길을 걷고 있는데 어제 금요일 밤도 이겨냈다. 차분하게 금요일 밤을 보냈고 22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어갔다. 잠은 오지 않았고 결국 새벽 2시 정도에 잠들었다.



밤에 냉장고에 술이 없어서 굳이 밖에 나가서 술을 사와서 마신 적도 빈번했다. 이미 술을 한잔 한 상태에서 23시 정도에 자려고 하다가 잠이 오지 않아서 밖에 나가서 막걸리 하나 더 사와서 마신 적이 많다. 어제도 이 점이 가장 두려웠다. 술을 잘 참다가 밤늦게 편의점에 사러 가진 않을까. 나의 뇌가 그 지시를 과연 할 것인가. 그 지시를 받았을 때 내 몸은 그 지시를 따를 것인가. 정말 두려웠다.



다행히 금요일 밤 12시가 넘어가고 새벽 1시가 넘어가도록 나의 뇌는 술을 사오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술 없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더 생각했고 술을 끊으면서 매월 10만원씩 자동이체를 걸어놨는데 1년 뒤 모이게 될 120만원으로 무엇을 살지 고민했다. 생각을 긍정적인 미래에 의도적으로 갖다 두니 나의 뇌는 술을 원하다는 지시를 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새벽 2시에 잠들었고 오늘 아침 8시 좀 넘어서 일어났다. 술을 안마신 다음날 아침이라고 해서 엄청 개운하고 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은 아니었다. 토요일을 이렇게 맨정신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엄청 기쁘고 뿌듯한 것도 아니었다. 덤덤했다. 마치 원래부터 이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겨우 한번 성공했다고 너무 들뜨기보다는 이렇게 덤덤하게 원래 난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음주에는 실패할 수도 있지 않은가. 차분하게 첫 성공을 받아들였다.



아직도 내 몸에는 술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다. 20년간 마신 술이 일주일 만에 빠지겠는가. 몇년이 지나면 알코올이 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갈까. 술을 오랫동안 마시지 않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세포가 맑아짐을 느낄 수 있을까. 기대된다. 인간은 현재가 너무나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기대로 현재를 버틴다. 내 스스로 이렇게 새로운 기대를 설정했다는 것이 기쁘다. 기대를 충족하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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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 불만사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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