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는 자신의 삶의 흔적이자 의사결정의 결정체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의 특성 상 경력직 이력서를 일주일 평균 50개는 보는 것 같다. 한달에 한주 정도는 이력서를 평소보다 더 많이 보는데 그럴 경우 하루 평균 30개를 본다. 대략 한달에 보는 경력직 이력서를 다 합하면 50개 x 3주, 150개 x 1주 = 150개 + 150개 = 300개
즉, 한달에 300개의 경력직 이력서를 본다.
타인의 이력서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력서는 자신의 삶의 흔적이다
본인이 대졸이라면 대학교부터 고졸이라면 고등학교부터 이력서는 시작된다. 어느 대학에서 무슨 전공을 했는지 어느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 그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등등 자신의 사회생활 삶의 흔적이다. 이력서는 회사에 제출하기 위한 용도라면 입사지원서가 되지만 이력서 자체만으로 내 삶의 흔적이자 기록이다. 그만큼 가치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는 회사에 제출하기 위한 용도로서 이력서를 생각했다면 한번쯤은 나의 젊음이 담긴 문서로서 이력서를 생각해보자. 내가 졸업한 학교, 내가 입사하고 퇴사했던 회사는 평생 수정할 수 없는 소중한 나의 과거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나의 삶을 사랑하는 만큼, 나의 커리어를 사랑하자. 내가 거치는 학교, 회사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하자. 나의 소중한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내 이력서에 기입되는 학교와 회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력서는 자신의 커리어 의사결정의 총합이다.
이력서에 기재되는 학교와 회사, 직무는 나의 결정들의 결정체이다. 물론 이 세상은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사회가 정해놓은 진입장벽을 뛰어넘어야 내가 원하는 대학, 내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는 부모님이 살게 된 지역에 따라 학교가 결정되는 것이지 내가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 내가 목표로 한 대학을 가게 된다면 대단한 성취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고 싶은 회사가 없긴 하지만 만약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고 실제로 그 회사에 입사했다면 대단한 성취다.
우리 대부분은 이렇게 타인이 정해준 결정에 따르는 삶을 살거나 나의 능력이 안되서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대학에 입학하는 삶을 산다. 첫 회사도 살다보니 흘러흘러 입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첫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는 것. 그때 처음 오롯이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나의 의사결정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되고 그제서야 내가 주도적인 삶을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회사를 퇴사하면서 자신의 커리어,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기쁨을 누린다. 그리고 그 다음 회사, 그 다음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하면서 커리어 결정을 스스로 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한 커리어 의사결정들은 이력서에 고스란히 남게 되고 잦은 이직은 10년차에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때는 좋았다. 내가 결정했고 더 나은 회사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돌아보니 후회되는 퇴사 결정도 꽤 있다.
이력서에 적히는 입사와 퇴사 등 커리어 의사결정은 평생 수정할 수 없다. 커리어 관련 결정은 3년 뒤, 5년 뒤 나의 이력서를 상상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수많은 경력직 이력서를 보면서 그 이력서의 주인의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불안과 불만, 기대와 우려, 성취와 실망. 직장 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좀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은 일과 큰 비중으로 연결되어 있고 일은 커리어 의사결정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더 잘 결정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삶이 기록되는 커리어 의사결정을 좀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 불만사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