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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하 May 25. 2019

잔나비, 사람들은 왜 급속도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

예술가의 삶과 커리어에 대해

토요일 아침, 생전 처음 잔나비 노래를 들으며 잔나비 사태를 생각해본다.


나도 잔나비의 존재는 알았다. 분당 출신 92년생 동갑내기들이 만든 밴드이고 두달 전부터 주변에서 잔나비 너무 좋다 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렸다. 나혼자산다에도 출연한 것도 알고 있지만 나는 나혼자산다를 안보기 때문에 TV에 나온 것은 본적이 없다. 


나는 얼리어답터의 반대인 Late 어답터이기 때문에 잔나비 노래를 굳이 듣고 있지 않았다. 잔나비 멤버의 과거 학교폭력 이슈, 보컬 아버지 논란이 일어나서야 아 이제 잔나비가 끝났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들어본다. 


십몇년 전에 학교에서 누군가를 괴롭혔던 멤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탈퇴를 한다. 그런데 보컬의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왜 보컬이, 잔나비 전체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그냥 계속 좋은 음악 만들고 대중은 그 음악을 들으면 되는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가는 창조물 그 자체도 매우 중요하지만 어쩌면 작품을 만드는 실력과 작품의 독창성은 기본이고 '이미지' 라고 하는 것의 영향도가 매우 크다. 음악, 그림과 같은 예술가의 창조물은 그 작품 자체가 가지는 힘은 20% 이고 예술가의 삶(커리어)이 끼치는 영향도가 80%이라는 의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우리는 고흐나 베토벤의 작품 뿐 아니라 그들의 삶(커리어)의 위대함을 본다. 현 시대의 예술가 중 예를 들면, 래퍼의 음악 그 자체도 좋아하지만 그 래퍼가 수입이 거의 없을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얼마나 어려운 시기를 거쳐 왔는지를 이해한다. 그 어려운 커리어를 알고 있는 팬들은 노래 몇 곡 듣고 좋아하는 팬과는 아티스트에 대한 신뢰가 다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인간의 본성 중에는 불확실성을 직시하고 헤쳐나가는 삶을 사는 타인을 부러워하거나 대리만족을 느끼는 감정이 있다. 어떤 예술가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작품 뿐 아니라 그 아티스트의 삶을 좋아하는 마음이 접목되어야 그 힘이 강하며 오래 지속된다. (나는 무엇 하나에 매진한게 없는데, 나는 매진하고 싶어도 용기나 재능이 부족해서 못했는데 저 아티스트는 그렇게 살고 있구나. 멋지다 라는 생각) 




다시 돌아가서 잔나비. 잔나비 노래를 좋아하던 사람도 노래 뿐 아니라 잔나비까지 좋아하던 사람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등을 돌리고 있다. 보컬이 아버지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냐 안받았냐, 사업에 관여 했냐 안했냐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다. 사람들은 잔나비 음악을 들으면서 보컬의 아버지, 아버지의 절친 ㄱㅎㅇ를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으로 봤을 때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자신의 잘못과는 무관하게 아버지의 잘못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기회가 없어지다니. 하지만 예술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크다. 자신의 삶 자체와 삶과 관련된 이미지가 작품에 모두 관여되기 때문에 대중들은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중들은 그것을 분리해서 작품을 감상할 만큼 여유롭지 않으며 대체재는 꽤 많다.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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