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불만사이 에서 생각이 복잡하네요
사람들이 종종 묻습니다. 삼성전자 퇴사한거 후회하지 않냐고? 후회한적 없냐고?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저의 상황이 지치고 힘든 상황일 수록 저는 후회한다고 대답합니다.
오늘은 제가 삼성전자 퇴사를 후회한 이유 세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2005년 12월에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엔지니어로 입사했고 2009년 1월에 퇴사했습니다. 3년 정도 근무한거죠.
삼성전자를 퇴사해야겠다고 생각한 첫번째 이유는 당시 나의 상황이 너무 우물 안에 개구리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세상이 변하면서 좀 후회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용신시 기흥과 화성시에 위치해 있는데 저의 당시 어린 생각으로는 너무 시골에 처박혀 있는거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신문이나 티비를 보면 세상은 다이나믹하고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다는 것이 너무 정적이라고 느낀거죠.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퇴사하고 세상의 불확실성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스마트폰과 SNS가 활성화되면서 세상이 많이 바꼈습니다.
제가 퇴사했던 당시에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나 서울이나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었는데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이 한국에도 확산되고 많은 사람들이 sns를 사용하면서 정보를 접하는데에 제약이 거의 없어진 느낌입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열면 타인의 소식을 언제든 접할 수 있고 블라인드를 통해 다른 회사 직장인들과도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2009년 1월에 퇴사할 때는 세상이 이렇게 변할지 전혀 몰랐습니다. 우물안에 개구리 같다는 생각으로 퇴사한건 좀 후회합니다. 여러분도 현재 어떤 상황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상황이 언젠가 변할 여지가 있을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두번째 후회하는 포인트는 저는 정해진 시간에 시간에 출퇴근 하는 게 너무 싫어서 퇴사한 것도 있는데 제가 퇴사한 후 2년쯤 뒤에 자율출퇴근제가 도입되었고 현재는 아주 잘 정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대학생 때는 스케줄을 우리가 알아서 정했잖아요. 회사에 가니 회사가 정해준 시간에 회사에 반드시 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내 시간은 내가 컨트롤 한다!라는 생각으로 퇴사했는데 몇년 뒤 자율출퇴근데, 탄력근무제 뭐 이런 제도가 도입되는 겁니다. 설마 정착이 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삼성전자 뿐 아니라 많은 대기업, 스타트업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아 조금만 기다렸으면 내가 불만이었던 정해진 시간 출근을 안해도 됐을 텐데 제가 너무 성급했던 거죠.
영원할 것 같은 것들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좀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커리어 컨설팅을 할 때 현재 제도나 정책이 싫더라도 언젠가 변할 수 있으니 변할 가능성을 한 번 따져봅시다 라고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게 싫은 것도 퇴사 사유 중 하나였는데 퇴사 후 회사 내에 직무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도 제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입니다.
제가 회사를 다닐 때에도 삼성전자 내에 직무전환 제도가 있긴 했는데 문턱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퇴사하고 총괄 사장님이 바꼈는데 그 분이 직무 전환을 권장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때 문턱이 많이 낮아졌고 저의 많은 엔지니어 동기들이 다른 직무로 전환하였습니다.
저는 직무 전환하려고 MBA에 가서 돈과 시간을 많이 들였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죠. 2년만 더 다녔어도 직무 전환하고 퇴사를 안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해외영업, 마케팅, 인사 등으로 직무가 전환된 제 동기들은 지금까지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엔지니어 3년 하고 퇴사한건데 인생을 길게 봤을 때 엔지니어 뭐 5년 정도 했어도 괜찮았겠다 생각이 듭니다. 회사 안에서 직무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있었을텐데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것 같습니다.
마무리를 하자면 저는 삼성전자를 퇴사한 이유가 한 7가지 정도 됩니다. 그중 제가 후회하는 포인트 세 가지를 말씀드렸고 여러분이 퇴사 고민을 할 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는 삼성전자를 퇴사한 다른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현재 저의 생각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written by <불안과불만사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