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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하 Feb 01. 2020

내가 야놀자를 퇴사하기 전에 했던 행동 네가지

퇴사를 염두에 두고 있거나 앞두고 있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오늘은 출근 마지막 날이다. 
매일 아침 여덟시 언저리에 일어나서 
비슷한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고 
동일한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동일한 골목을 걸어걸어 
출근하는 이 시절이 곧 그리워질 것이다.


야놀자 출근 마지막 날에 저의 일기에 적은 글입니다. 


저는 야놀자에서 일했었고 2년 전에 퇴사했습니다. 야놀자 전에도 여러 회사를 퇴사한 경험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야놀자라는 회사에 애착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퇴사하면 좋을지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했었습니다. 

퇴사는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퇴사를 여러번 해본 입장에서 제가 야놀자를 퇴사할 때 생각했던 것, 행동했던 것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퇴사를 앞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퇴사 후 저의 행보를 어떻게 말할지 정해놓고 일관되게 알려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 내 가까운 사람에게부터 퇴사 사실을 알리죠. 그리고 점차 나의 퇴사 사실은 확산됩니다. 퇴사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왜 퇴사하냐, 어느 회사로 이직하는거냐, 갈곳은 정했냐 등등을 대부분 물어봅니다. 이때 애매하게 말을 하기 시작하면 괜히 복잡해집니다. 


저는 퇴사하고 이직하려는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사업을 준비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았습니다. 프리랜서 무슨 일 하냐, 무슨 사업 하려고 하냐 등등. 그래서 간단하게 컨설팅펌에서 일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컨설팅펌에서 일한 적도 있으니 사람들은 추가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퇴사하고 HR컨설팅 하는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으니 거짓말도 아닙니다. 


설령 퇴사하고 이직할 곳이 정해져 있고 아주 친한 동료에게만 구체적인 행보를 밝히더라도 왠만하면 소문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한 두명에게 말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어 있습니다. 퇴사 이후 행보를 처음부터 다 밝힐지, 완전히 숨길지 등을 정하고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퇴사 후 행보를 이야기할 때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이 회사의 비전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 저의 생각이기도 했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퇴사할거라고 밝히면 사람들의  또 다른 반응은 “좋은 곳으로 가시는 거죠? 그러면 축하해드려야겠네요” 입니다. 퇴사할 거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내가 잘되서 더 좋은 조건으로 좋은 곳으로 간다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타인의 판단이 사실이더라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라고 인식시켜주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자신들은 못나서 아직 남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나는 더 좋은 조건으로 어디 가는게 아니라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음 ㅜㅜ)


 

나는 비록 컨설팅펌으로 돌아가지만 우리 회사, 우리 본부, 우리팀의 비전이 얼마나 좋은지를 많이 이야기 하였습니다. 어떤 경험과 역량을 더 쌓으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당신이 이 회사에서 승진할 수 있는 기대에 대해서도. 그분들이 얼마나 와닿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나에게도 좋고, 회사 경영진 입장에서도 좋고, 회사 구성원 입장에서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굳이 마음에도 없는 회사 칭찬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번째, 퇴사 일주일 전에 인사드리고 싶은 분들에게만 전체 메일로 퇴사인사를 드렸습니다. 

보통은 퇴사 당일 혹은 그 전날 전체 메일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퇴사인사 메일을 일주일 전에 보내는 것이 좋을지 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사드리고 싶은 모든 분들을 만나서 커피 한잔 할 상황도 아니었고 어떤 분 입장에서는 바쁜데 굳이 왜 만나자고 하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멀리 계시는 남부지사, 충청지사 분들에게도  인사드리고 싶었구요. 나중에서야 나의 퇴사 이야기를 타인을 통해 듣게 되는 것과 내가 직접 나가기 전에 퇴사 한다고 밝히고 인사를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중에 저의 퇴사 소식을 타인을 통해 간적접으로 듣게 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 그래, 그 사람이 나한테 퇴사한다고 굳이 인사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지’ 라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 멀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퇴사인사를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전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저의 퇴사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았고 몇몇 분들은 커피 한잔 하자고 먼저 요청하시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답장으로 저의 새출발을 응원해주셨고 짧은 내용의 답장도 굉장히 고마웠습니다.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메일을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는 각자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같은 회사에 다녔고 여러번 대화를 했다면 그건 큰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그 분이 나에게, 내가 그 분에게 연락을 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 이렇게 퇴사 인사를 하고 나가게 되면 좀 더 부드럽게 연락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일로라도 퇴사 인사를 하는 것이 그 분과 나 사이에 작고 약하지만 일종의 통로를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번째, 모텔 사장님들, 세탁공장 사장님들, 지배인님들에게 문자와 전화로 인사드렸습니다. 


저는 야놀자에서 몇 가지 업무를 수행했는데 모든 일이 현장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신사업기획을 하면서는 세탁공장 사장님들, 프랜차이즈 모텔 사장님들을 많이 만났고, 영업을 할 때에는 모텔 사장님들, 지배인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분들에게 전화 혹은 문자로 퇴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일을 할 때 사장님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을 담당했던 직원이 퇴사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록 제가 퇴사하고 담당자가 바뀌고 몇 달이 지나면 그분들 삶에서 저는 잊혀지겠지요. 하지만 저는 제가 야놀자에서 일하면서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분들의 업계 이야기, 그분들과의 계약, 그분들의 피드백이 제가 회사를 계속 다니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퇴사 인사를 드렸어도 깜빡하고 전화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그럴 경우에도 더 자연스럽게 통화할 수 있어서 퇴사인사 드리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퇴사는 살면서 몇 번 해보지 못할 경험입니다. 회사에 좋은 감정이 있을 수도 있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불만스럽기도 한 회사일 수 있지만 내가 몸담았던 조직으로부터 나오고 다시 어떤 조직에 합류한다는 것은 크게 보면 사람들과의 거대한 만남과 헤어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인간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일인데 조직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그래서 더욱더 가볍게 여기지 말고 진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퇴사를 앞두고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겨 있는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ritten by 직장인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불만사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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