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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전씨 Jan 18. 2019

발리 협업 공간 탐방기

2주 간의 디지털 노마드 체험을 마치고

2주 간 발리에 다녀왔습니다. 말 그대로 환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이제 가야 할 때가 됐다니 정말 슬프네요, 따흐흑... 왜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인지 알겠더군요. 저는 한 주는 휴가였고 다음 한 주는 원격 근무를 했습니다. 아주 살짝 맛본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에 대한 소감과 그 기간 동안 방문했던 협업 공간에 대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모드 전환의 기술

한 주는 쉬기로 했지만 열심히 일했고, 그 다음 한 주는 일하기로 한 주였지만 낮 시간에만 할 수 있는 투어를 놓치기 싫어서 일에 완전히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여행과 일상 그 사이 어딘가 즈음에 존재하는 느낌이 굉장히 낯설더군요. 게다가 발리는 처음 방문하는 곳이어서 개인적으로 차분하게 일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에 시간이 더더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신났지만 생산성 측면에서는 어중떠중했던 시간을 돌이켜보았습니다. 프리랜서가 아닌 Employee 상태에서 성공적으로 원격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1) 되도록 익숙한 도시로 갈 것 2) 그렇지 않더라도 적당히 자리 잡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확보할 것 3) 동료들이 나를 '일하는 중'으로 인식해줄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 2) 는 들뜬 여행자로부터 생산성 높은 근로자로의 모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그에 비해 3)은 제 스스로의 모드 전환을 한 뒤에 겪었던 문제였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국내 직원이 해외 원격 근무를 한 케이스는 많지 않아서, 동료들이 제가 '휴가중'이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이런 조건들을 충분히 고려해보시고 사전에 준비해서 가시면, 생산성은 유지하면서도 확실히 리프레시 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working Spaces in Ubud

협업 공간 1세대인 HUBUD이 위치한 우붓. 우붓은 '발리의 디지털 노마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입니다. 처음 원격 근무를 시도하시는 분들의 safe starting point 가 될 것입니다. 바다가 아닌 내륙 지방이라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인 동시에 정글, 폭포, 요가 등등의 즐길 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도시가 적절히 어우러진 형국이라 최초에 적응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아침에 요가와 명상을 즐기고 스무디볼로 아침을 뚝딱한 뒤 일하러 가는 가벼운 발걸음!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좋습니다. 다음은 제가 우붓에 머물면서 방문했던 협업 공간입니다.

HUBUD ★★☆☆☆

인터넷: ★★★★★
가격: ★★★☆☆

시설: ★★☆☆☆

커피: ★★☆☆☆


  후붓은 발리에 생긴 최초의 coworking space 입니다. 그만큼 커뮤니티가 견고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세미나, 워크샵 등이 잘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 견줄 만한 인터넷! 속도는 물론이고 한국에 있는 것처럼 인강(inflearn...)을 수월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외의 것들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특히 시설이 아쉬웠습니다. 내부 공간이 좁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주차 공간을 독립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몽키 포레스트의 주차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주차 요금을 내야 했고 조금 걸어야했죠. 우붓에서는 스쿠터 운전이 거의 필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보완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더니 더위가 습격했습니다. 도로변이라 통풍도 잘 되지 않는데 큰 선풍기 몇 대만 돌아가고 있어서 일하는 내내 갑갑했습니다. 더 싫었던 것은 웃고 떠드는 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렸던 것입니다. 후붓 멤버들 간의 돈독함은 잘 알겠지만 뉴비로서는 적응하기 조금 껄끄럽더군요..! 일할 때 꼭 필요한 커피도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하루 체험 $17.5 은 성지 순례와 훌륭한 인터넷에 투자했다고 생각했고, 꼭 가고 싶은 훌륭한 세미나가 있지 않다면 다시 방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HUBUD의 창업 스토리와 배경을 잘 담고 있는 도유진님의 아티클입니다. 1세대 협업 공간의 시작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다음 링크를 한 번 살펴보세요: https://besuccess.com/2014/08/bali/



Outpost @Ubud ★★★★☆

인터넷: ★★★★☆
가격: ★★★☆☆
시설: ★★★★★
커피: ★★★★★

  Outpost 는 협업 공간의 신흥 강자입니다. 후붓에 비해 시설이 월등하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1층과 자연과 연결된 2층, 테라스, 카페테리아로 공간이 나뉘어집니다. 게다가 호텔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어요, 흑흑. 쾌적한 환경과 멋진 인테리어, 한국어를 너무도 잘하는 서포터 Sevi 에 마음을 뺏겼습니다. 게다가 커피가 맛있습니다. No Coffee No Work 철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메리카노는 먹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라떼 맛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웃포스트의 아이스 라떼는 발리에서 최초로 저의 나름 엄격한 기준(ㅋㅋ)을 통과했습니다. 중심지와는 약간 거리가 떨어져있지만 그래서 더 조용하고 좋았습니다.

  한층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웃포스트가 멤버들의 사용자 경험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 한 예로, 일하다 배고프면 아웃포스트 서포터에게 요청해 음식을 배달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멤버들이 자신의 소개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포스트잇에 적어놓는 Connect 보드입니다. 자신의 베이스 지역을 색깔로 표시하고, 메인 잡을 타이틀로 자신의 사진과 함께 걸어두는 겁니다. 세미나도 워크샵도 필요하지만, 이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용자 경험에서 아웃포스트의 차별점을 찾고자 하는 공동창업자 David Abraham의 인터뷰도 한 번 들어보세요: https://soundcloud.com/blaujournal/co-founder-of-outpost-coworking-bali-interview





Coworking Spaces in Canggu

창구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외국인들에게 알려지고 개발이 시작된 곳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약간 익선동 같은 느낌이랄까요, 모든 것이 굉장히 세련되었지만 아직은 엄청나게 북적거리지는 않습니다. 바다와도 굉장히 가까워서 일하지 않을 때에는 서핑도 즐길 수 있죠. Dojo, Outpost, Tropical Nomad, District 와 같은 co-working space도 잘 되어 있고 일하기 좋은 카페들도 많습니다. 저도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서핑을 하기 위해, 원래 8일이었던 우붓에서의 일정을 쪼개어 창구로 왔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창구에서 다녀온 co-working space 를 소개합니다.

Tropical Nomad ★★★☆☆

인터넷: ★★★★☆

가격: ★★★★☆

시설: ★★★★★

커피: ★★☆☆☆


트로피칼 노마드는 2018년에 오픈했다고 합니다. 시내랑은 약간 멀지만 발리에 온 것 같으면서도 모던하고 사무실 같은 깔끔함을 겸비한 인테리어가 훌륭합니다. 한 외국 블로거가 instagrammable 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더군요. 예쁜 외관 보다 정말 좋았던 것은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자정까지 무료로 Trial 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와이파이가 어디에서든 무리 없이 강한 신호로 잘 잡힌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의자가 다 딱딱한 의자이고 커피가 생각보다 엄청(!) 비쌌습니다. 45k 정도니까 발리 물가치고는 일반 커피점의 두 배 가격. 주변에 음식점도 많지 않아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나가야했다는 것도 단점이었습니다. 의자도 약간은 불편하구요. 저는 Tropical Nomad 에서 Quiet room 에 머물렀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계속 얘기하고 떠들어서 좀 싫었습니다. 그리고 최악이었던 것은 옆에 있던 파티하우스..! 8시 정도가 되자 정말 미친듯이 음악을 틀어대고 사람들이 함성을 질러서 정말 괴로웠습니다. 강제로 파티에 초대된 느낌.



Outpost @Canggu ★★★★☆

인터넷: ★★★★☆

가격: ★★★☆☆

시설: ★★★★★

커피: ★★★☆☆


아웃포스트는 우붓에서의 훌륭한 경험 덕분에 믿고 가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창구에 있는 것도 그럴까? 그렇더군요. 멤버십 서비스와 커뮤니티 시스템, 전반적인 서비스 모두가 우붓의 아웃포스트와 동일했습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훌륭한 서비스, 괜찮은 음식을 파는 카페, 준수한 인터넷, 거기다 창구 지점에는 수영장까지! 아마 바다 도시를 찾는 방문객들의 니즈란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더해 마음에 들었던 점은 Focus room 이 focus room 다웠다는 겁니다! 잊지마세요 여러분, 믿고 가는 아웃포스트!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 최초로 쓰는 행복한(?) 글인 것 같습니다ㅋㅋ

독자 분들도 나중에 기회되면 꼭 발리에서 원격 근무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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