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사태를 바라보며
https://www.ai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8945
이루다 사태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스캐터랩의 기술력은 이견 없이 대단한 수준이다. 기술력을 갖춘 사람이 사회적 책임감이 결여되면 어떤 일이 나오게 되는지 이 사태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스캐터랩은 성희롱을 예상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개인정보 솔직히 신경 안 썼다는 수준의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언론 대응이 추가될 수록 더 그렇게 느껴진다. 정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우습게 보지 않았다면 애초에 비식별화된 정보를 누군가의 요청으로 삭제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올린건지 자기들도 모르는 상태로 저장이 되어 있어야 하니까. 요청하면 지워주겠다는 말은, 정말로 개인 신원 정보를 모조리 다 저장해서 자기들이 갖고 있었고 원한다면 다른 방향으로 얼마든 활용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2차 Q&A 전문에 나와 있는 벡터 그림은 정말 어그로라고 밖에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냥 그림 하나로 화가 난 문송이들을 겁먹이려는 시도로 밖에는 읽히지가 않는다.
이 데이터를 삭제하겠다는 말 역시 기술적인 방어라고 느껴진다. 이들은 DB에서 지우겠다고만 하지, 그 데이터로 트레이닝된 모델은 지우겠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데이터들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이 삭제되지 않으면 정말 눈 가리고 아웅하는 대처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런 기술력을 갖고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하느냐고,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정말 제대로 된 대안을 주지는 못하겠느냐고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이 사태를 회피하려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더 화가 난다.
선은 느리고 악은 빠르다. 악의를 가진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인다. 요즘 악의를 가진 사람들은 너무 한가하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에 혐오를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얼마든지 할애한다. 인공지능의 윤리를 비웃고 이 사태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웃는 낯의 교수를 보니 코웃음이 쳐진다. 산업 최전방에서 그 기술을 개발해보기나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누가 자꾸 그런 사람들에게 펜을 쥐어주고 마이크를 주는지 모르겠다. 맞다. 기술은 좌충우돌 하며 성장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반성이 없이는 사회에 이바지 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