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굴' 걸고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의 결과로 유투브에 내가 발표하는 영상이 업로드된다. 그렇게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했고 나도 얼른 저렇게 멋있게 발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랬다. 3일 전 목요일, 내 첫 발표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왔다. 대기업들을 위한 DevOps 프랙티스 적용 방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느 때처럼 노동요를 틀기 위해 유투브에 들어갔는데, 내가 본인인 것을 어떻게 귀신 같이 알았는지 그 영상이 최상단에 추천 영상으로 떴다. 업로드 된 지 30분 밖에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영상이었다. 신기해서 클릭해봤다. 아직 댓글창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댓글 개수만 보였는데, 댓글이 하나가 달린 것 아닌가? 30분 전에 올라온 영상에 벌써? 회사 동료들이 장난스러운 응원 댓글을 달았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려보았다. 웬 외국 사람이 00:18 타이밍에 한 링크를 달아놨다. 18초면 내가 자기 소개 정도 했을 땐데 뭘 달아놓은거지? 싶어서 클릭해봤다. 회사에서 열었으면 낯부끄러웠을 성인광고가 떴다. '망가' 스타일로 풍선 같은 가슴을 달고 있는 두 여자가 경찰, 간호사 유니폼을 입은 채 채찍을 들고 있는 사이트였다. 순간 벙쪘다. 같이 태그된 00:18 시점을 클릭해봤더니 내가 고개 숙이고 인사한 뒤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 그 시점이었다. 어떻게 30분 만에 알고 이렇게 댓글을 달러 왔을까? 봇이었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들이 발표하신 영상에도 들어가봤다. 전혀 댓글이 없었다. 그들은 40대 남성들이었다.
내가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 순간을 굳이 잡아 성인광고를 단 것, 같은 시리즈 다른 발표자의 영상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은 것, 우연이었을까? 이렇게 마음 한 켠이 싸늘해지는 경험을 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우리 회사에는 This is My Architecture라고, 회사 사람 한 명이 MC로 진행을 하고 고객 한 명을 초대해 그들의 아키텍처를 소개하는 짧은 영상 시리즈를 만든다. 내가 관심 있는 서비스가 소개된 영상이 있어서 클릭해서 들어갔는데, 이 영상은 드물게 우리 회사 여성이 호스트로 등장했다. 이 영상은 유독 댓글이 많길래 또 스크롤 다운해서 읽어봤다. 함께 출연한 남자 고객이 부럽다느니 등등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성희롱이 가득했다. 영어로. 충격 받은 채 일기장에 한탄을 한바탕 적어놓고 잊고 살았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돌아가보니 그 영상의 댓글은 결국 사용이 중지됐다.
기술적인 전문성을 갖추고 진지한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 여성들은, 전문인이기 전에 성애적 대상으로 인식된다. SNS의 시대, 회사의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은 이렇게 성적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채널이 더 많아졌다. 다른 동료들처럼 이런 일에 신경 끄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은 이번 생에 안 오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