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마냥완벽한자유가나를기다릴까
시간 전문가인 Laura Venderkam의 '시간전쟁', 'Tranquility by Tuesday', 'I know how she does it' 들을 읽으면서 한주를 이루는 168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소비하자는 그녀의 메세지를 처음 들었을 때 매우 신선한 충격을 느꼈었다.
더 많은 것을 이루라는 그런 말이 아니었다. 더 쪼개쓰고 할 일을 더 구겨넣어 해내라는 말도 아니었다. 일상의 소소한 작은 즐거움의 순간을 극단적으로 바빠보이는 생활속에서도 찾아 즐겨보라는 말이었다.
지금 이 한순간, 일초, 일분이 모여서 나의 하루를 만든다. 그리고 하루는 24시간, 한주는 168시간이나 된다. 로라의 책은 누구보다 바쁜 성공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바쁘게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나는 하루가 충분히 많은 일을 해내기에 항상 시간이 없다고 느낀다. 왜일까?
나의 할 일들이란 무엇일까. 과거 나의 일정표를 보면 그 '할 일'들이란 대강 이런 것이다. 아이의 치과진료를 보러 함께 가기, 나의 건강검진을 하러가기, 시장 볼 목록들을 생각나는대로 쓰고 이를 구매하기, 뭐 크게는 회사에 연락할 것들이 있으면 처리하기 등등.이런 일들이 내 하루를 잠식해 버리는 날이 많았다. 쓰레기를 버리고, 짐을 챙기고, 아이 일정에 동반하고... 꼭 해야 할 일들인데 그 '의무'들이 나를 바쁜 마음으로 만들고, 그것들에 끌려다니게 된다. 하루의 끝에는 지쳐버려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은 다 잊어버리고는 했다.
로라는 책을 통해 묻는다. 나는 내가 사는 순간들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내가 원하는대로 보내려 노력하고 있는가.
회사를 그만두면 시간이 많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퇴사와 함께 했었다. 내가 짬을 내어 간 점심시간의 백화점에 사람들이 득시글 거릴 때, 코로나 시절 재택근무를 하며 동네뒷산을 오르며 출근시간이 산책타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내 생각에 확신이 더해졌었다.
하지만 회사업무 대신 내가 맡은 역할들은 단독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학원가기, 식사 챙기기, 장보기, 집 청소, 빨래하기 그리고 미국에 있을 때에는 플레이 데이트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이 활동들의 사이사이에 끼워넣어야 하는 것이다. 무언가에 전념하는 것은 비교적 남편이랑 아이와 미리 의논을 하고 동의가 되야 하는 부분이다. 하루는 24시간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라고요 로라아줌마.
허나 퇴사를 하고 상담심리대학원을 가서 한학기동안 심리학공부를 하니 로라 아줌마의 말이 다른 관점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쓰려는 나의 의도, 바램은 무엇일까?
시간이 많으니까 그 안에 뭔가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었었고, 그것은 나의 시간은 누가 나에게 시키는 일들도 채워져 있다는 무언의 가정이 깔려있었다. 직장에서 시키는 일을 기대 이상으로 잘해내고, 엄마의 기대되는 역할을 해내며 나는 나에게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나는 시간을 이 일을 하며 보내고 싶은가?
나의 삶은 누군가 준 숙제를 해내는 그런 삶으로 변해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이름이 알려진 대학교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며, 비슷한 혹은 또 그 이상의 배우자를 만나, 열심히 돈을 모아 집을 장만하고 아이를 낳아 또 더 나은 환경을 지원해주려 애쓰며 기른다.
틀린 말은 없는데, 내 인생의 대본을 누군가 이미 써 놓은 건가? 나는 이것대로 살면 되니, 순간순간 내 마음은 철저히 무시했다. 나는 나의 숙제를 빨리 그리고 정확히 끝마치려 감정을 줄이고, 항상 조급해했다. 성공인지 실패인지, 긴장된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했다. 재테크를 더 잘하려 애쓰고, 은행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국제 risk manager자격도 얻었다. 나는 통계를 잘 못하는데 이런 시험을 합격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한마디로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나는 과제같은 삶을 살았다. 아니, 그냥 숙제를 했다.
어느날 불안감이 멈추지 않고, 항상 피곤하고, 소화가 안 되어 식사가 즐겁게 않게 되었다. 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가서 약을 처방받았고, 내 마음이 어떤지는 전혀 묻지 않았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컨디션이 올라오면 예전처럼 억지로 일을 하고, 자산을 증식하고, 아이 교육비를 대야했다.
내가 한 업무들이 관계들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을 묻지 않고 기계적으로 삶을 해내야 하는 성적표라고 생각한 나의 무지였다. 이상하게 나는 진짜 웃음을 잃어가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잘 죽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여러번 했다. 죽을 때도 숙제를 다 하고 죽어야 한다는 이런 생각이었으니까.
시간을 잘 보내려면, 그 시간을 충분히 의미있게 쓰려면, 먼저 내가 그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나의 의도와 의향이 시간 잘 보내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 제대로 서 있어야 그 시간을 제대로 보냈는지 내가 알아차릴 것이 아닌가.
나의 상담심리대학원에서의 첫학기는 마인드풀니스와 대상관계이론 그리고 발달심리학으로 마무리되었다. 앞으로는 이 이론들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무엇인지 개인적인 경험을 배움으로 녹여내 보려 한다.
당신을 무엇을 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