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같은 말이다. 근데 음악학도로선 참 피부로 닿기 어렵다. 상명대를 제외한 음대는 입시때 수학 성적 안본다. 수학 쓰는 머리와 음악 두뇌가 같은 부위라는 얘기도 음악학자 주구장창 주장하지만 안 와닿다.
여지원이는 음악, 수학 관련 깊다는 달콤한 맛에 속아 수학교육 전공수업 듣고 학점 박살났다.
교과서에선 피타고라스가 음정 진동수비 수학적 탐구부터 시작해 중세4과에 이과과목 기하학, 정수론, 천문학과 같이 묶였다는 담론까지. 심지어 현대음악 작곡기법에 동원된 집합론으로 계속 상기시킨다. 화성법 시간엔 온갖 로마숫자가 등장한다.
이런 현실과 동떨어지는 교과서 속 '음악-수학 심화관련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하는가?
고민 끝에 '수학'이 아닌 '수비학'과 연관 깊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 결론내렸다.
중세 종교음악은 수비학의 절정이다. 이론에서도 그렇고 작곡도 마찬가지다. 리듬, 선율, 화성 모두 이 수비학의 영향권 안에 있는데 그 경직성과 강박성은 지금 봐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이다.
삼위일체는 예수,성령,성부가 한 몸이라는 기독교 교리다. 매우 중요한 교리로 이걸 부정하면 이단으로 취급했다. 덕분에 3은 신성한 숫자로 취급했는데 이걸 음악에도 적용했다는 것이다. (Ars nova 이전) 3이란 숫자의 신성함때문에 중세 음악의 리듬은 3분할만 허용했다.
또한 10이 완전한 숫자라고 믿었다. 이는 수학자 겸 철학자 겸 사이비 종교 교주 피타고라스에 의해 강조됐는데 10이 완벽한 수인 이유는 1+2+3+4=10이기 때문이다. 기하학적으로 보기 좋게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저 완전한 숫자라는 집착 때문에 중세 종교 음악은 음 진동수가 1:1, 1:2, 2:3, 3:4 비율인 음정 위주로만 썼는데 덕분에 아주 중세 종교 음악 듣기 지겹다.
음향적으로 이렇게 단순한 음정만 쓰는데 듣기 재밌을 턱이 있나? 물론 복잡하기만 한다고 전부 듣기 좋은 건 아닌데 적어도 완급조절은 할 수 있지 않은가?
복잡했다가 단순했다가 다시 복잡해지다가 움직이는 이 생동감 말이다. 위에 제시된 음정명이 완전1도, 완전8도, 완전4도, 완전5도인 것이다. '완전 음정'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음정만 음악에 들려주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주었다.
음악에 적당한 긴장과 이완이 있어야 듣기 좋다. 근데 계속 이완만 하는 것이다. 불협화음과 협화음 사이의 상호작용과 긴장 이완 도식이야말로 감상의 묘미인데 이걸 없앤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하나하나 음정 단위로만 보면 듣기 좋다. 말 그대로 안정감있게 울리니까 말이다. 근데 전체로 모아보면 안 듣기 좋다. 밍밍하다. 심심하고 지루하다.
놀랍게도 이건 의도된 바다. 음악이 듣기 좋고 쫄깃한 맛이 있으면 종교 교리 학습에 방해된다는 논리다.
중세 종교 음악은 그래서 악기도 없었다. 사람 목소리로만 음악 만들었다. 이교도들이나 쓰는 게 악기라는 논리이다. 오르간이 언제 왜 예외적으로 성당에 쓰이는 악기가 되었는지 학자들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