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음악교육과에 여러 교수님이 계십니다. 기악을 가르치시는 교수님, 교육을 가르치시는 분, 음악 이론을 가르치시는 교수님도 계십니다. 전 가끔 교수님들께서 쓰신 논문을 읽습니다.
확실히 예고 시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실기 중심의 고등학교 시절과 다르게 이론적인 면이 두드러지게 공부합니다. 음표보다 글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자주 고민합니다. 논문에서 본 것을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할지 생각합니다. 중세 아우구스티누스는 음악의 이론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분리하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현재 고등교육의 음악교육도 이론과 실기가 분리되었습니다. 음악교육과 역시 음악사, 음악 이론, 기악, 교육 과목을 분리해서 배웁니다. 하지만 과목은 음악의 한 부분이고 실제 음악은 훨씬 큰 전체를 이룬다는 것을 압니다. 이를 위해서 과목별로 나뉜 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기 곡 악보에 화성법 시간에 배운 로마 숫자 분석하였습니다. 음악교육 성찰 일지엔 악기 연주 경험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음악사 시간에 배운 르네상스 악곡은 피아노로 쳐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향상 연주곡으로 쇤베르크의 op.25 피아노 모음곡을 선택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앞서 얘기하였듯 가끔 교수님께서 쓰신 논문을 읽었습니다. 음악 이론 전공 교수님께선 후기 낭만주의 화성과 무조음악에 관해서 연구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교수님께서 쓰신 무조음악에 관한 논문도 읽게 되었습니다.
조성 음악에 익숙한 저에게 무조 음악에 관한 연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의 조성 음악에 적용되는 화성법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신선한 지적 자극이었습니다. 좀 더 무조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또 무조음악을 이론으로서뿐 아니라 실제 연주를 할 땐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동일한 무조음악 작품을 분석적으로도, 실기 측면에서도 접근해보고 싶었습니다.
본 작품은 음렬 음악 작품입니다. 도부터 시 까지 12개의 음이 차례대로 나열되어 작곡된 곡입니다. 이러한 음의 나열을 음렬이라고 합니다. 이런 음렬을 세로로 뒤집기(Retrograde)도 하고, 가로로 뒤집기(Inversion)도 하며 곡이 전개됩니다. 조성 음악에서 동일한 선율을 같은 간격만큼 이동시켜 이조 하듯이 평행이동하여 이도를 하기도 하며 재배열하기도 합니다.
음렬은 괄호 안에 든 숫자로 표기가 됩니다. 이때 숫자는 음높이를 가리킵니다. 도부터 시까지 12개의 숫자가 붙습니다. 다만 이때 이명동음은 모두 동일한 정수로 기보가 됩니다. B#, C, Dbb 모두 0이며 C#, Db, 모두 1입니다. 10과 11 같은 두 자릿수 숫자는 ten, eleven의 앞글자만 따서 t, e로 표현합니다.
1. 전주곡
{4, 5, 7, 1, 6, 3, 8, 2, e, 0, 9, t} <P4> 음렬이 1~3마디 오른손에 나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e, 0, 9, 4} 부분입니다. BACH 모티브는 바흐의 성을 음이름으로 표현한 B-A-C-H (B flat-A-C-B natural) 모티브인데 이 부분은 역순으로 이뤄진 BACH 모티브입니다. 즉 <<e은 B natural>>- <<0은 C>> – <<9는 A>> – <<4는 B flat>>으로 나타납니다. 1~3마디의 왼손엔 <P10> {t, e, 1, 7, 0, 9, 2, 8, 5, 6, 3, 4}가 드러납니다. 왼손과 오른손의 음렬은 정확히 삼온음(증4도 및 감5도 반음 6개) 관계를 보이며 극심한 불협화가 드러납니다.
10마디에선 기존의 P4음렬 {4, 5, 7, 1, 6, 3, 8, 2, e, 0, 9, t}이 {1, 7, 5, 4, 2, 8, 3, 6, t, 9, 0, E}로 전위됩니다. 기존의 P4음렬이 어ᄄᅠᇂ게 재배열되었는가는 음렬 속의 음들을 4음씩 묶어서 비교하면 두드러집니다.
기존의 P4 배열이 {4, 5, 7, 1 / 6, 3, 8, 2 / e, 0, 9, t}
재배열된 음렬이 {1, 7, 5, 4/ 2, 8, 3, 6/ t, 9, 0, e}
4음군이 역행되어 재배열됩니다.
1~3마디의 오른손과 10마디의 음렬이 4음군 재배열 관계인 것과 마찬가지로 1~3마디의 왼손과 5마디의 음렬 역시 4음군 재배열의 관계입니다.
P10 배열이 {t, e, 1, 7, 0, 9, 2, 8, 5, 6, 3, 4}
P10 재배열이{7, 1, e, t, 8, 2, 9, 0, 4, 3, 6, 5}
2. 가보트
<P4><P10><I4><I10> 음렬이 중간중간에 나옵니다. 조성음악으로 치면 동형진행과 매우 비슷합니다.
{4, 5, 7, 1, 6, 3, 8, 2, E, 0, 9, T}이
{4, 7, 1, 5, 2, 8, 3, 6, e, 0, 9, t}로 재배열됩니다. 이또한 4음군끼리 나눠서 재배열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제 1곡에서와 다르게 전부다 역행된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4음군만 역행이고, 세 번째 4음군은 그대로 변화없이 진행되며 첫 번째 4음군 4571이 4715됩니다.
3. 뮤제트
{4, 5, 7, 1, 6, 3, 8, 2, e, 0, 9, t}이 10마디에서
{1, 7, 5, 4, 6, 3, 8, 2, t, 9, 0, e}로 재배열됩니다. 첫 4음군은 역행, 두 번째 4음군은 그대로, 세 번째 4음군 역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