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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n Yeo Feb 12. 2024

극단적 세속화 시대의 클래식음악

I. 속과 성

동시대 한국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키워드 중에 하나가 극단적 세속화입니다.


세속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 그 반대 개념인 성스러움을 알아야 하는데, 성스러움이라는 것은 역사상 줄곧 악용되어서 사람들을 종교적 세계관을 얽매이게 만듭니다. 즉 사람들이게 종교가 강요하는 역할 신분 지위를 내면화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성스러움은 순기능도 가지고 있는데 사회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사회를 지켜봄으로써 반성 비판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또 개개인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면서 삶의 연속성을 그려나가는 점은 사회 구성원의 통합이라는 면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성스러움의 순기능을 고려해 봤을 때, 오늘날과 같은 극단적 세속화 즉 성스러움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사회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회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극단적 세속화는 부의 과시, 노골적인 성 추구 등으로 드러난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음악은 어떠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향유될까요?

II. 클래식 음악


 교과서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문화 자본을 갖추고 있지만 경제적 자본은 안 갖춰져 있다고 말합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실용적인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비실용적인 특성 때문인지 클래식 음악은 부의 과시 및 경제자본과 엮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클래식 음악은 실용성과 기능성에서 벗어난, 그래서 목적과 기능이 없는, 그렇기에 사회와 동떨어져 세속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며 이는 부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구별을 짓는 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클래식 음악은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자본을 갖춘 대상과 지속적으로 연결되며 비싼 음악이란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클래식 전문 음악가들에 대해서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은 사람" "자산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놀면서 돈버니 좋겠다" 등의 시기와 질투를 보내는 이중적인 시선이 있습니다.

 또 클래식 음악은 이성을 유혹하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성을 유혹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부의 과시입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과시하는 것은 그다지 이성을 유혹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자연스러운 부의 과시 혹은 부의 과시가 노골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클래식 음악과 같은 경제적 문화적 진입 장벽이 있는 취미를 향유하는 이미지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또 꼭 부의 과시와 연관되지 않더라도 클래식 음악이 갖고 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통해서 고고한 취미 취향 또 가지고 있음 드러내며 이성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오늘날 클래식 음악은 부의 과시, 이성의 유혹 등 세속적인 목적으로 수행됩니다.

III. 결론


 통념상 우리는 음악이 자율적인 영역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음악은 여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기능과 목적을 수행하는 만큼 사회와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기에 클래식 음악이 오늘날과 같은 극단적으로 세속화된 사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쓰이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좋은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어 사회 속에서의 클래식 음악의 쓰임새를 사실 판단적으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사회학자가 연구를 하는 이유는 사회 속에서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사실 판단적으로 오늘날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세속적으로 쓰이는 가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극단적 세속화는 성스러움이 줄 수 있는 집단 정체성 형성, 안정적인 개인의 삶의 연속성 제공 등을 파괴할 수 있는 문제적인 상황임을 인지하고 클래식 음악이 극단적으로 세속적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극단적으로 세속적으로만 쓰이지 않도록 할'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클래식 음악이 단순히 유사 상류층의 전유물, 부의 과시, 이성 유혹용으로만 향유되지 말고 사회 전반이 공유하고 있는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는 사회통합의 리추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혹은 남을 향한 부의 과시,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 보다는 개개인의 명상 휴식 수단으로서 클래식 음악이 쓰일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기능을 바꾸게끔 노력하며 현재 사회의 극단적 세속화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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