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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n Yeo Jul 15. 2024

1905년의 조선인: 현실인식과 한일합병 이후 계획

서울의 역사와 문화 기말고사 문제와 답안

(1) 내가 살아온 근 17년 간의 한국이 맞닥뜨려야 했던 어려움은 급격한 세계관의 변화에 따른 아노미이다. 더군나나 우리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있어서 누군가는 자신을 동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기는 문명 개화론자라고 설명하면서 서양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은 그냥 평범한 조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반도에 사는 다양한 사람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가지며 국론이 매우 분열됐다. 나는 이것이 위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일본의 병합은 전제조건이라고 인정한 후 그 속에서 한반도 내 구성원의 권익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할 수 없는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땐 이건 아니다. 왕비 시해, 농민군 진압에서 본 일본의 모습은 한반도 주민의 권익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자신의 조국에 충성을 다할 뿐 누구 말대로 '동아시아 주민 전체의 권익 향상'. '인류 전체의 진보를 위한 문명개화' 등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의도야 그런 것이 아니라지만 스스로를 문명개화론자, 동양론자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의도치 않게 일본의 병합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결국은 한반도의 문명개화,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합이 현실화된다면 나는 세 가지 측면에서 노력할 것이다. 첫번째로는 우리 민족의 맥락으로 개념어를 재정립할 것이다. 지금의 개념어는 일본의 한자 번역어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석되어오며 한반도 주민과는 관련 없는 개념어로 통용되고 있다. 나는 언어와 정신이 밀접하다고 생각하는 바, 일방적으로 일본식 번역어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고 한반도에서 전통적으로 쓰이는 한자 조어, 한글 등을 이용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다양한 근대식 언어를 재해석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현재 통용되는 문명 개화론에 반대하는 논리를 만들 것이다.  


 


-나는 제국주의 열광이 말하는 ‘문명’이라는 개념의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통념상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여기는 만국공법이 사실은 최혜국 대우와 같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코 평등하다고 보기 힘들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 ‘서양’에 가까울 수록 문명으로 여기고 멀수록 야만으로 보는 태도는 그 자체로 자기 페쇄적인 태도라는 점에서 오히려 야만적이다. 하지만 작금의 언중들 사이에선 ‘문명’이라는 것은 서양에 가까워지는 것, ‘개화’라는 것은 그렇게 서양화되어가는 것에 가깝다고 여긴다-


 


두 번째는 -사실 이것은 첫 번째와 밀접한 관련이 있겠는데- 민족의식을 고취시킬 것이다. 수 많은 동양론자가 갖는 오류는 착취 당하는 민중, 조선 왕조, 양반, 일본의 평민, 구 사무라이 계급 등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되는 수많은 사람을 ‘인종’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퉁친다는 것이다. 단순히 퉁치는 것에서 문제가 아니라 그에 따라 수 많은 사람의 삶에서 나타나는 고통과 고민이 은폐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인종’이라는 개념을 강화할 때 우리가 놓칠 수 있는 한반도 주민들의 착취, 고통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자각할 수 있도록 ‘민족’ 이라는 개념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이러한 민족 개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기 위해선 단순히 탁상공론에 그쳐선 안되고 ‘민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상징물들 (예컨데 전통적으로 많이 쓰인 음계를 이용한 음악을 작곡하기, 민족을 상징하는 문양을 고안하기, 민족의 언어를 이용한 말장난 퍼뜨리기, 민족의 역사를 발굴하고 정립하기)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세 번째는 다소 모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서양의 기독교 선교사 세력과 연대할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 “그렇다면 너도 문명개화론자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나가는 서양과 가까워지면서 한반도를 진보시키려는 것이냐?”는 논리 말이다. 하지만 내가 서양 세력과 연대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일본 제국주의 세력이 현실적으로 차마 건드리지 못하는 한반도 내의 유일한 세력이 기독교 세력이요 둘째는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근대적 개념어를 일본식 번역어가 아닌 비교적 오리지널에 가깝게 그 맥락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서양 교회 안에서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한 쪽이 열등하고 우월하다는 잣대로 서로 다른 문화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등한 서로 다른 문화권의 관점, 개념,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차원에서 서양을 바라보기 위해 기독교 세력과 친해질 것이다.  


 


앞으로 소문대로 병합이 된다면 ‘한국’, ‘조선’, ‘민족’과 같은 개념이 흐릿해질 것이다. 그리고 ‘동양’, ‘동아시아’, ‘내선’ 등이 선명해지고 한반도 주민들은 스스로가 차별을 받는지도 모르면서 차별 당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제국주의 열강의 개념어 속에 들어있는 허구적이며 차별적인 논리와 의미를 일깨울 것이며 이를 통해 당장은 정치적으로 종속됐지만 정신적으로는 종속되지 않게끔 만들어 마침내 주권을 되찾아 올 것이다.    


 


그래 당분간은 민족을 상징할 만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수집하고 고안하는 데 시간과 정신을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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