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완급 조절이다. 완급 조절을 얼마나 섬세하게 할 수 있느냐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갈린다. 물론 아마추어도 완급 조절 자체를 아예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약간 어색하거나 급진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인위적으로 한다.
반면에 프로가 완급 조절하는 것은 훨씬 섬세하고 점진적이다. 단위가 훨씬 더 세밀하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가 5단위로 이외엔 변화를 못 준다면 프로는 1, 0.1 나노미터까지 굉장히 얇고 조밀하게 차이를 만들어낸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로 완급 조절 할 수 있다.
좀 구체적으로 정의하자면 구성 요소의 양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완급 조절이다. 구체적인 예로 템포 변화를 들 수 있다. 점점 빠르게 했다가 점점 느리게 하며 박자를 조여주는 힘이다.
두번째로 완급 조절 할 수 있는 거에 음량 볼륨 셈여림도 있다. 점점 세게 할 수도 있고 점점 여리게 하는 음량 측면의 완급 조절도 충분히 가능하다.
세 번째는 음색 변화인데. 사실 음색 변화는 정량적으로 다루기 어렵다. "음색이 작다 음색이 높다 낮다" 이런 식으로 양적인 측면에서는 얘기하기가 힘들다. 애초에 음색을 정의하는 방식이 "음색은 무엇이다"가 아니라 음색은 "이거랑 이거랑 제외한 모든 것."라고 네거티브하게 정의한다. 그래서 음색 변화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음악에서 완급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음량 (볼륨 셈여림)과 속도 (템포 빠르기) 두 가지 영역이다.
셈여림에 대해서 먼저 논하자. 물론 아마추어라고 셈여림을 조절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니다. 아마추어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피아노. 처음부터 끝까지 포르테. 처음부터 끝까지 메조 포르테 이렇게밖에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거는 아마추어조차도 아닌 거다.
사실은 아마추어도 피아노(p)에서 메조 포르테(mf) 거쳐서 포르테(f) 가는 식의 크레센도 즉 점점 세게 연주하는 것도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특징은 곧이 곧대로 크레센도를 수행한다.
다시말해 피아노에서 메조 피아노로 넘어가고. 메조 피아노에서 매조 포르테로 바로 넘어가고 다음에서 메이저 포르테에서 바로 포르테로 넘어가는 식의 셈여림 변화를 구사한다.
반면에 프로들은 피아노와 메조 피아노 사이에서도 연속되는 여러 가지 셈여림. 수많은 샘여림들이 피아노도 아니고 메조 피아노도 아닌 피아노랑 매주 피아노 사이에 있는 그 어딘가의 수없이 많은 셈여림. 그것을 다 일일이 한음 한음마다 부여할 수 있다.
훨씬 그 셈여림의 범위(어레인지)가 훨씬 더 크다. 이때 말한 어레인지는 넓은 영역을 얘기하는 것도 맞지만 훨씬 정교한 단위를 언급하는 것이다. 프로는 그래서 피아노에서 메조 피아노까지 여러 셈여림들을 묘사할 수 있다.
아마추어처럼 1번째 음은 피아노. 2번째 음은 메조 피아노. 3번째 음은 메조 포르테가 아니라 1번째 음은 피아노고 2번째 음은 피아노와 매주 피아노 사이지만 보다 피아노에 가깝고 3번째 음은 매주 피아노랑 피아노 사이지만 두 번째 음보다는 살짝 메조피아노에 가까우며 4번째 음은 메조 피아노에 가깝지만 매주 피아노가 아닌음. 5번째 음은 메조 피아노 이런 식으로 훨씬 더 단계가 세밀하다.
근데 단계만 세밀한 건 아니다. 아마추어들은 굳이 수학적으로 비유를 하자면 선형으로 완급 조절을 합니다. 간격이 아주 일정하다.비유로 하자면 50. 60 그다음은 70 그다음은 80 이런 식으로 10씩밖에 더하는 식의 완급조절한다.
반면에 프로들은 능숙하게 완급 조절을 하는데 50에서 60, 67, 72, 73 이런 식으로 변화량을 완급 조절합니다. (10, 7, 5, 1) 기울기를 완급 조절한다. 그러면 하나의 직선으로밖에 표현을 못하는 아마추어와 달리 프로는 살짝 곡선에 가까운 완급 조절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아마추어는 기울기를 하나밖에 못 다뤄 굉장히 거친 직선을 표현하고 프로들은 여러 개의 기울기를 다뤄서 곡선에 가깝게 표현한다. 일률적으로 묶어서 다이내믹 표현하는 것은 아마추어에 가깝고 하나하나마다 개성이 다 살아있는 다이나믹을 표현하는 것이 프로다.
여기까진 다이내믹 측면에서 얘기했다. 템포도 마찬가지이다 아첼레란도는 점점 빠르게 하라는 뜻이고 리타르산도 점점 느리게 하라는 그런 뜻이다.
초보들은 리타르산도를 할 때 점점 느리게 할 때는 처음에 갑자기 확 느려지다가 나중에 그대로 기울기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부자연스럽다. 빨라지라고 할 때도 처음에 갑자기 빨라지고 나중에는 그냥 그저그런 템포로 가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폭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들은 처음에는 가속도가 세게 붙다가 나중에는 가속도를 조금만 붙이는 식으로 한다. 속도에 있어서 아마추어들은 시간 함수만 따지는데 프로는 시간 함수도 따지고 그것에 대한 속도에 대한 함수도 따지고 그 속도를 미분한 가속도 함수도 따진다.
그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점이다. 물론 제가 지금까지 약간 미적분적으로 설명을 하기는 했다. 미분적으로 설명을 했다는 건 도함수, 곡선 직선 식으로 표현을 한 것이다. 사실 엄밀하게는 곡선이 아니다. 그래서 곡선에 가깝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사실 도함수,함수,가속도 이런 개념은 연속적인 데만 표현이 가능하다. 불연속적인 거 끊어지는 거엔 절대 표현이 안 되고 스무스하게 이어진 것에만 표현이 되는데 여지원이가 마치 스무스하지 않은 피아노 건반음을 대상으로 스무스한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니까 시와 도사이에는 이론상으로는 무수한 음이 있다고 하지만 피아노 기준으로 했을 때 시 다음에는 바로 도입니다. 시와 도 사이에 어떤 음을 연주할 수는 없다. 물론 조율이 안 된 피아노에서는 시와 도 사이의 삑사리가 나기는 하겠지만 그거는 조율 대상이지 정상적으로 조율된 피아노를 기준으로 한다면 시 다음엔 바로 도이다.
또 악보에는 음표들이 그려져 있는데 순서가 있다. 첫 번째 음 두 번째 음 세 번째 음 네 번째 음 다섯 번째 음....라는 식으로 서수가 정수 단위이다. 그런데 내가 연속처럼 말했다는 것은.
첫 번째 음이랑 두 번째 음 사이에 마치 1.25 번째 음 ㅠ번째 음 루트2번째 음이 있는 것처럼 묘사한 셈이다. 서수가 실수로 표현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미분이 가능하냐 이런 식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한 가지 해명의 단서를 음악 교육 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음악 교육 심리학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인지주의 심리학 중 게슈탈트 심리학이 있다. 게슈탈트는 '형태 형식 유기체적으로 조직된 전체'를 뜻하는 건데 말하자면 일종의 착시 효과 비슷한 것이다.
즉 어떤 그림이나 구성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뇌 속으로 약간의 변형을 거쳐서 인지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게슈탈트 심리학 중에 연속성의 원리에 따르면 윤곽만 있는 점을 보면 이어진 선처럼 바라본다.
그래서 말하자면 결론적으로 연속성의 원리에 따르면 아무리 불연속적인 것이더라도 미묘하게 이걸 채워놓을 수만 있다면 인지적으로 도식적으로는 채워진 것처럼 마음으로 상상으로 그려진다.
피아노는 이걸 노린 것이다. 몇 개의 점만 찍은 건데 그 점이
대강으로 이어지면 곡선 비스무리하게 되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완급 조절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연속적으로 보이는 그런 점들의 집합조차도 그래프의 윤곽이 전형적인 그런 곡선으로 된 함수 모양들로 상상하게 한다.
이차함수라든가 로그 함수라든가 삼차함수라든가 그런 모양을 띤다면 이런 미분 가능한 그런 연속적인 그런 선처럼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의도한대로 전형적인 곡선으로 인식하면 성공적으로 곡선의 아름다움을 내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디서 다이나믹 변화를 줘야하는가?
완급 조절을 얼마나 해야 되는가?
그냥 원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조금 위험한 발상이긴 한데 아주 극단적으로 일반화하자면 높은 음으로 갈수록 세게 치고 낮은 음으로 가면 여리게 치는 것이 그냥 일반론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아치형으로 음 높이가 전개될 때 예를 들어 도레미파솔파미라도 이런 거는 올라가며 크레센도하다가 도시라솔파미레도 내려올땐 디크레센도 하는 게 좋다.
서울예고에선 이걸 헤어핀이라고 묘사했다. 즉 음 높이가 점진적으로 올라가면 이제 크레센도로 하고 음 높이가 점진적으로 내려가면 디 크레센도로 하는 그런 음 높이에 따라서 음량 변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한편 음높이만 보면 도레미파솔라시도 이렇게 상행해서 크레센도라고 생각했는데 악보에는 디크레센도 하라고 적혀 있을 수 있다. 이럴 땐 악보에 따르는 게 우선해야 한다. 악보에 안 써져 있으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될 것은 비화성음과 화성음이다. 확실히 서양 화성 어법의 문법에 따르면 불협화음 협화음이 있고 비화성 화성 음이 있다. 화성음, 협화음이 중요한 의미다. 물론 이 중요하다는 것은 뼈대가 된다는 뜻이다.
비화성음과 화성음은 확실히 음색이 달라야 되고 가능하다면 음량도 변화줘야한다. 그래서 화성음-비화성음-화성음 순서로 나온다면 여기는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줘야 한다.
안그러면 매우 단조로운 연주가 될 수 있다. 대개는 비화성음이나 화성음이 연속으로 뒤죽박죽 나온다. 화성음만 연속으로 나왔다가 비화성음만 연속으로 나왔다가 하지 않는다. 화성음 나오자마자 바로 비화성음 나오고 비화성음 나오자마자 화성음이 나오는 등 순식간에 막 바뀌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완급 조절로 한 음표 단위로 다이나믹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걸 마이크로 다이나믹(micro dynamic)이라고 한다. 미시적으론 한음과 한음 간의 셈여림변화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땐 화음 단위, 악구 단위, 악절 단위로 완급조절할 수 있어야한다.
음악이론은 음악을 언어에 비유하는 그런 전통이 굉장히 강하다. "음악 교육론에서도 코다이(Koday)는 모국어가 있듯이 음악 어법도 자국 음악어법이 있다."라면서 자국의 음악 어법을 배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얘기했다.
일맥상통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론 음악을 언어 문법에 비유하는 경향이 있다. 주어,서술어, 목적어에 해당하는 구조적 화음들이 있다. 그러니까 주어 서술어 목적어에 해당하는 화음엔 안정감을 줘야 한다. 안정감은 음색, 음량 등으로 표현한다.
반면 수식어에 해당하는 수식적 화음은 비교적 자유로워야할 것이다. 화음마다 음량이랑 음색이랑 템포에 있어서도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주학이란 학문이 있다. 연주를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연주학은 실제 연주자보단 이론가들이 악보를 분석하며 전개한 그런 학문인데 일부 권위주의적인 사람은 구조적 수직적 화음을 연주에서도 분명하게 표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악보 분석 그대로 연주에 구현해야 한다고 강하게 역설하는 학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