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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n Yeo May 14. 2022

나는 예술가인데 감성이 없다2

퍼스 기호학으로 살펴본 나의 예술세계

#기호학 #음악 #작곡 #총기번호 #음악가 #퍼스 #소쉬르


표제음악과 절대음악의 대립
음악에도 대상이 있는가?




풍경에 영감을 얻어 멜로디를 떠올려 음악을 적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듣는 사람은  그 풍경을 떠올릴 수 있을까?


사전 설명이 없이 음악을 듣는다면 풍경을 떠올릴 수 없다. 설명이 있다면 풍경을 떠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음악을 쓴 사람이 떠올린 '그 풍경'은 정확히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쓴 사람은 '정동진'보고 떠올려서 썼는데 듣는 사람은 정동진 한번도 안 갔다온 사람이어서 자기가 다녀왔던 풍경 중 가장 예뻤던 다른 경관을 갖다 붙일 수도 있겠지


반면 여지원이의 음악세계는 다르다.


나는 총기번호 187***에 영감을 얻어서 음악을 구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듣는 사람은 총기번호를 떠올릴 수 있을까?


사전 설명이 없으면 풍경과 마찬가지로 못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1-도 2-레 3-미...식의 숫자저음의 원리로 구성됐다고 설명하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총기번호를 듣는 사람이 구성 원리만 알면 '정확히' 떠올릴 수 있다. 내가 옛날에 본 총기번호나 지금 본 총기번호나 다른 사람이 본 내 총기번호나 다 질적으로 정확히 똑같은 '187***'이다.


(풍경에서 영감 받아 쓴 멜로디를 듣고 '곡을 쓴 사람이 떠올리는 풍경'이나 '지금 듣는 사람이 떠올리는 풍경'이나 '나중에 듣는 사람이 떠올리는 풍경'이나 전혀 질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아까 풍경과 달리 '여지원이'가 생각하는 총기번호와 '듣는 사람'이 생각하는 총기번호는 다를 리가 없다.


다 똑같은 '187***'이다.


곡을 구성한 사람이 떠올리는 총기번호도 '187***', 듣는 사람이 떠올리는 총기번호도 '187***', 악보만 본 사람이 떠올리는 총기번호도 '187***'


정말 정확한 '값'으로 호환되는 정보들이다.


https://youtu.be/3HU_M83mnug

퍼스 기호학으로 마카롱을 분석한 내 영상


풍경과 같은 상징이랑은 전혀 다른 엄밀성을 가진 지표이다.


숫자는 추상적이면서 보편적인 기호이다. 그리고 내가 총기번호와 연결시킨 그 멜로디는 정량적인 원리로 대응되는 기호이다. (기호학자 퍼스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지표 -index-)


 첫번째 예시에서 든 멜로디가 표현하는 풍경은 다르다.

그건 구체적이면서 특수한 기호이다. 그리고 그것이 멜로디와 대응되는 원리는 자의적이다. (기호학자 퍼스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상징 symbol)


이게 여지원과 소위 '문화감성'을 가진 통념적으로 기대되는 예술인의 음악세계과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본다.








(이 담론은 영미 기호학자인 C.S.Pierce의 이론에 빚지고 있습니다)


(물론 왜 하필 총기번호와 선율이 서로 연결되느냐? 그 자체가 자의적이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그 연결자체를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탐구한다면 그 내적 연결 자체는 정합적이므로 지표이다.


반면 풍경과 선율의 연결은 그 연결자체도 자의적이고 내적 원리도 자의적이다. 즉 상징이다.)



참고문헌

강나원(Kang Nawon). "음악의 의미와 대상의 문제." 서양음악학 18.2 (2015): 59-89.


전동열. 기호학. 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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