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기]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를 위해

by 김지원 Jiwon Kim

내년 1월 중순 시행 예정인 변호사시험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친한 친구 중에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친구가 있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평일 저녁이라 퇴근 후 식사를 마치고 쉴 틈 없이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벌써 시간이 9시 반이 넘었다. 그래도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친구네 학교로 출발해 공부 중일 친구에게 야식을 전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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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는 내가 공부할 때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까지 꾸준히 직접 만들고 있는 메뉴다. 식빵 양면에 머스타드 소스와 바질페스토를 바르고, 그 사이에 청상추와 치즈, 계란, 토마토, 햄을 넣는다. 가끔은 루꼴라나 적채를 추가하기도 하고, 머스타드 소스에 그릭요거트와 올리고당, 양파를 추가해서 더 산뜻하고 달콤한 맛의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부랴부랴 샌드위치를 만들어 펄프 도시락용기에 담고, 전날 모임에서 얻어온 구움과자도 포장해 조금씩 나누어 담았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나니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지만, 바로 학교로 향했다. 외대앞역에서 친구 학교 법학관까지 걸어가는 길의 밤공기가 차고도 또 촉촉했다. 골목마다 가로등과 전신주가 있고, 젊음의 들뜬 열기와 시험기간인 학부생들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게 내가 다니던 대학 근처 풍경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 밤거리를 내 친구도 매일 오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살 때부터 함께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있어, 미리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해두었다.


메시지를 미리 받아두었음에도 막상 당일에 학교 앞에 가서 쪼그려 앉아 추위 속에서 손글씨로 옮겨 적었다. 다섯 명의 메시지를 옮겨 쓰느라 꽤 시간이 걸렸는데, 그래서인지 다음 날 몸이 조금 으슬으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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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다 옮겨적은 뒤 샌드위치와 함께 들고 열람실로 올라가보려 했지만, 출입관리가 참 잘 되어있더라. 열람실로 들어가려면 학생증을 태그해야 해서, 결국 친구에게 내려와달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금방 카톡을 보았지만 완벽히 깜짝 놀라게 해주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친구를 만나자마자 부둥켜 안았는데, 학교까지 오는 길에 ‘친구가 매일 이 밤거리를 걸으며 귀가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터라 친구를 만나자마자 눈물이 났다.


친구는 수험생활을 하며 원래도 T였지만 T 90%가 넘은 것 같다고, 눈을 찔러서라도 눈물을 흘려야 하나 하더라. 내가 선물을 주러 왔는데 정작 나만 눈물을 흘렸고 친구는 전혀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이다.


친구와 근처를 한 바퀴 걷고 헤어졌다. 친구는 말로나마(?)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말해주었고, 자기 친구와 샌드위치를 야식으로 나눠먹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또 열람실 자리에 편지를 붙여둔 사진까지 보내와 뿌듯했다.


이 친구는 스물한 살 때 친구들에게서 롤링페이퍼를 받아다 모아서 전달해주기도 한 친구다. 당시에 내가 이런저런 일로 조금 힘들어했었는데, 이 선물이 정말 큰 힘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인생에서 받아본 선물 중 손에 꼽게 뜻깊고 소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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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마운 기억들이 모여 긍정 가득한 마음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친구가 가장 힘들 만한 시기에 나도 같은 방식으로 조금이나마 친구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던 것인데, 그 진심이 가닿은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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