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다녀왔다. 언젠가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봉사활동이었는데 회사 CSR 팀에서 기회를 만들어주신 덕분이다.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그래도 회사 덕분에 갖게 된 기회니 '변호사 일기' 탭에 넣어본다.
회사 담당자님께서 마스크, 방호복, 장갑, 신발덮개를 모두 준비해주셨고, 센터에 기부할 사료 120kg도 구매해 가져와주셨다. 덕분에 개인 봉사자들은 따로 준비할 것 없이 빈손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처음에 소장님께서 센터 소개를 해주시며 센터 운영의 어려움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유일하게 유기견 봉사 경험이 많으신 직원분께서 눈물을 터뜨리셨다.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랑말랑 했는데, 그 직원분께서 눈물을 흘려주신 덕에 내 눈물은 쏙 들어갔다. 대리 눈물 터짐이랄까(?).
소장님의 마음 아픈 이야기를 마저 다 듣고 나서 안쪽에 강아지들이 더 많은 견사로 들어가 강아지들을 살펴 보는데, 정말 마음이 저릿해오는 기분이었다. 이 아이들이 모두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강아지들이라니, 무슨 죄가 있어서.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장님 말씀처럼 집에서 자란 강아지 못지 않게 깨끗한 상태고 또 건강해 보이는 아이들을 보자니 이 아이들은 이 센터로 온 덕분에 제2의 견생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버려지는 과정에서 학대받거나 고생한 경험만 없다면(물론 대부분의 강아지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지금은 아이들에게 가정집에서 나와 강아지 유치원에 와서 단체 생활을 하는 시기로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워낙 강아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센터 곳곳과 아이들 하나하나에 소장님의 사랑이 담뿍 묻어 있어서 마음이 아프지만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봉사에서 주요한 임무는 청소와 산책의 두 가지였다. 소장님께서 "산책하러 가고 싶으신 분!"하고 자원자를 받았는데, 의외로 손을 드시는 분이 전체의 1/3도 채 되지 않았다. 나는 강아지와 교감하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와서인지 산책이 더 끌렸는데, 다른 분들이 자원을 하지 않으신 덕분에(?) 청소는 2-30분 정도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산책을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산책도 쉽고 아름다운 일만은 아니었다. 총 세 번 산책을 다녀왔는데, 처음 산책을 다녀온 아이가 정말 얌전한 편이라 센터 앞을 조금 거닐다가 아이가 먼저 들어가자고 보채서 바로 돌아왔다.
그리고 중간에 청소를 하면서 조금 기다린 끝에 두 번째 아이와 산책을 다녀올 수 있었다. 내가 개별 견사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낑낑거리며 유리벽을 치는 아이가 내내 눈에 밟혔다. 그래서 소장님께 "이 아이도 산책하나요?"라고 두 차례나 여쭤보며 귀찮게 한 끝에 두 번째 아이와 산책을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센터 초입을 나서는 길에 소장님께서 이 아이는 '천방지축견'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 말이 딱이었다. 어찌나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은지, 가다가 킁킁 냄새를 맡고, 나뭇잎이 한가득 쌓인 더미를 발로 파내고, 갑자기 날다람쥐처럼 뛰고……. 나도 살짝 뛰고 싶은 마음이 생겨 아이와 한바탕 러닝을 하고 센터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산책을 모두 다녀온 뒤 마지막으로 남은 두 아이가 있었는데, 나와 남자 변호사님이 아직 기운이 남아 각각 세 번째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 아이도 두 번째 아이 못지 않았다. 아니, 못지 않았다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산책한 거리로 따지면 두 번째 아이의 두 배 정도 산책을 했다.
나는 강아지 산책을 처음 해보는 터라 산책을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랐는데, 그냥 강아지가 가고 싶은 대로 따라 다니면 되는 거더라.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알아서 집에 가자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지만 아닌 세 번째 아이는 아니었다. 마지막 남은 강아지도 이제 집에 들어가려는 눈치길래 우리도 눈치껏 센터로 돌아가자며 아이를 달래서는 센터로 돌아왔다.
세상에는 책임 없이 생명을 거둬들이고 다시 방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소장님처럼 그 생명들을 거두어 사랑으로 보살피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의 사람은 못 될지언정 전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했고, 또 적어도 후자와 같은 사람을 응원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하루였다. 하루 반나절을 센터에서 보내고 돌아와 길거리에서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니 평소보다도 더 따스한 눈길을 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