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했던 일을 돌아보니, 그야말로 "혼자 한 일이 없었다". 매 건에 유관 부서와의 소통이 얽혀 있었다. 인사팀에는 서치펌과의 사이에 체결할 예정인 계약서를 검토해드렸고, 직원의 회사 규정 위반을 사유로 한 징계를 앞두고 인터뷰 관련 논의를 했다. 보안팀과는 보안팀 자체 규정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점검했다. IT팀에는 솔루션 공급업체와의 NDA를 여러 건 검토해드렸고, 구매팀에는 각 부서의 요청으로 입찰과 선정을 거친 거래처와의 계약서를 검토해 전달 드렸다. 재무팀과는 재무 컨설팅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문제를 논의했다.
이처럼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혼자 하는 책상머리 법률 검토에 그치지 않는다. 사내변호사는 회사 내부 사정을 깊이 이해하고 하나의 일에 얽혀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헤아려야 하며, 본인이 낸 검토의견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는 과정까지 직접 지켜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해보고 싶다: 첫째, 법률 검토의 출발점은 사업 부서와의 소통이다. 둘째, 법률 검토는 단순한 의견 제공이 아니라 실행 과정까지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사내변호사는 법률과 비즈니스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첫째, 법률 검토의 출발점은 사업 부서와의 소통이다. 법무팀이 정확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려면 먼저 현업의 상황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사팀과의 논의에서는 징계 조치가 법적으로 정당성을 가지도록(실체적, 절차적으로 법령 및 회사 내부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면서도, 조직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징계건을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하고 마무리하는 대신, 동일한 위반 사례가 발발하지 않도록 해당 팀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방향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법률 검토는 단순한 의견 제공이 아니라, 실제 실행 과정까지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사내변호사는 검토의견이 현업 부서에 의해 실행된 결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특히 계약 검토를 할 때 중요하다.
예컨대 특정 부서의 요청에 따라 구매팀에서 계약 상대방에 대한 입찰과 선정이 진행된 후, 상대방과의 사이에 체결할 계약서에 대한 법률 검토를 요청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계약서 개별 조항의 기술적 측면만 짚는 수준으로 검토를 마무리할 수도 있겠지만, 계약이 체결된 배경, 각 당사자가 본 계약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쌍무적 관계에서 어떤 권리와 의무를 갖도록 규정해야 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때 우리 회사에 필요한 법적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하되, 상대방에 대한 우리 회사의 교섭력이 적은 경우에는 협상이 깨지지 않도록 양보를 할 필요도 있다.
다른 예로, IT팀과의 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 계약 검토 과정에서 SLA 기준 설정이 핵심 이슈였던 사례가 있다. 처음에 나는 여느 IT 솔루션 또는 서비스 계약을 체결할 때와 비슷하게 높은 SLA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SLA 수준 기술 방식에 대해 IT팀의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특성상 해당 건에 한하여는 상대방 업체에 SLA 기준을 따로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사내변호사는 법률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계약이 운영되는 방식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조정을 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특히 초기 단계에 있어 계약의 종류마다 자체적인 템플릿을 만들어 두었지만, 교섭력의 크고 작음에 따라 상대방 템플릿을 사용하거나 아예 초안부터 새로 작성(draft)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외부 로펌이 조언을 제공하더라도, 회사의 구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맞춤형으로 초안을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 사내변호사는 사소한 조항까지 세밀하게 조정하며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하며 계약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셋째, 사내변호사의 진짜 역할은 법률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로펌 변호사로서 기업에 자문을 할 때는 보통 해당 기업의 법무팀을 주된 소통 창구로 삼았고, 현업 부서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면, 사내변호사는 법무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서와 직접 협력하며 각 부서의 입장과 전사적 비즈니스 목표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사내변호사는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더욱 밀접하게 관여하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외부 변호사는 법률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언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내변호사는 법적 안정성과 비즈니스 목표 사이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게 된다.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며 다시금 느낀 것은, 사내변호사의 업무는 결코 단순한 법률 검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부서와의 협업 속에서 법적 쟁점을 파악하고, 사업적 현실을 반영하며,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사내변호사의 핵심 역할이다. 법률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법적으로 안전한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 속에서 법과 비즈니스의 균형을 맞추는 것. 결국 사내변호사는 조직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직 사내변호사로서 첫 발걸음을 떼는 단계이지만, 이렇게 로펌에 있을 때와는 다른 점을 몸소 경험하는 과정이 새삼 신기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