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기]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

by 김지원 Jiwon Kim

로펌 기업자문 팀에서는 일반적으로 작은 사건의 경우 파트너 변호사와 1~2명의 어쏘 변호사가 팀을 이루어 처리하게 된다. 그래서 평소 커뮤니케이션은 1:1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에 반해, 회사 내부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더 큰 조직 안에서 상시 다양한 팀과 협업하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한 건에도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으므로, 의사결정이 다층적이고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회사에서 매니저/리더들은 각 팀의 이해관계가 얽힌 이슈를 푸는 역할을 해야 하고, 하루에도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이슈를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리더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우선적인 사안 위주로 간명하게 보고해 리더가 복잡한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 읽은 <일의 격>에서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한 내용들을 발견했다. 사내변호사로 일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실무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점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직 시점을 앞두고 "어떤 마음으로 일할 것인가"와 관련해 다짐했던 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발견했다.



커뮤니케이션 원칙 1: 능동성 ─ 리더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기


리더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안 쓰는 대상이 되는 게 좋다. 사실 잘 맞는 인재는 리더가 에너지를 많이 쓰게 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어떤 지시를 하면 리더의 마감일보다 조금 빠르게 결과를 제공하고, 성격이 급한 리더와 함께 할 때는 적절하게 중간 진행을 커뮤니케이션한다. 자신의 일을 깔끔히 처리하고 맡긴 조직을 잘 끌고 가서 리더가 신경 쓸 일이 많지 않게 한다.


신수정 작가님에 따르면, 좋은 팀원은 리더가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도록 한다. 마감일보다 조금 빠르게 결과물을 제공하고, 중간 진행 상황을 적절히 공유하며, 리더가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챙긴다.


리더에게 보고할 대상을 정할 때는 중요성×시급성의 2×2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판단하면 좋다. 리더가 신경 써야 할 일(중요하고 시급한 일)인지 판단해서, 그렇지 않은 일(day-to-day 운영과 관련된 평범한 일, 시급하지 않은 일)은 스스로 꼼꼼하게 처리해 리더의 손이 가지 않도록 마무리까지 해야 한다. 리더가 챙겨야 할 중요한 일은 리더가 의식적으로 챙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명확한 보고와 중간 진행상황 공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원칙 2: 작은 일도, 나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비범하게' 해서 전달하기


어떤 사람은 비범한 일도 평범하게 만드는데, 어떤 사람은 평범한 일도 비범하게 만든다. 일 자체가 평범하거나 비범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일하는 태도가 평범과 비범을 나눈다.


당신들이 배치되고 업무를 맡으면 생각과 달리 하찮아 보이는 일을 맡을 것이다. 기업이 클수록 업무를 잘게 나누어 준다. 하찮아 보이는 일도 많다. 내 관찰에 의하면 초급 사원의 10%는 '나는 이런 일하러 온 게 아냐'라고 하며 때려치운다. 70~80%는 그저 순응하고 회사 생활은 이런 거구나 생각하며 시키는 일만 적응하며 그저 시간을 보낸다. 보람은 퇴근 후에서나 찾는다. 10%~20%만 그 하찮아 보이는 일도 다르게 한다. (...) "빵을 굽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빵을 다르게 굽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말을 꼭 기억하시라.


입사 첫날 일정 중 징계위원회 참석 일정이 있었다. 단순히 형식적인 참석이라 생각하고 참관자로 남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작은 일에도 능동적인 태도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에 회의록을 작성해서 보고 드리면서 내가 생각하는 쟁점과 의견을 말씀 드렸다. 이외에도 사내 징계규정, 과거 사례를 찾아보며 이해도를 높였다.


그랬더니 다음에 장기 조사가 필요한 징계위원회 건이 있었는데, 내가 담당해보라고 맡겨 주셨다. 초기 조사를 열심히 했는데, 알고보니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연루된 인물이 많아 마무리 보고서 작성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 뒤로 인사팀과 함께 진행하는 사건은 주로 내가 맡으며 인사팀과 긴밀하게 협업하게 되었고, 덕분에 노무 이슈를 다수 접하며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


입사 첫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일은, 어찌보면 간단하고 하찮은 사건이라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그때 나름대로 회의록을 작성해 의견을 전달 드리면서, 관련 업무를 맡을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에 성실하게 임해 전문 영역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하찮고 사소해 보이는 업무를 꼼꼼하게 수행한다면, 때로는 더 중요하고 큰 역할이 주어진다는 걸 실감한 기회였던 것 같다. 빵을 굽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빵을 다르게 굽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말처럼, 어떤 일을 하든 나만의 방식으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커뮤니케이션 원칙 3: 성과와 가치를 증명하기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이란 심플하다. 1) 자신이 어떤 가치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가? 2)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두 가지뿐이다.


신수정 작가님은 조직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그 일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사건에서 수십 명을 인터뷰하고 나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 나라의 조직 문화, 업계의 생리, 이 사건의 배경부터 시작해 조사 과정과 결과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이 사건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조직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실행에까지 옮겨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조직의 큰 맥락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그 순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보고 상대방은 어떤 액션을 취해줘야 하는지 명확히 전달하는 일이 중요함을 실감한 경험이었다.




커뮤니케이션 원칙 4: 핵심만 전달하기


일터에서 '묻는 질문에 간략히 핵심만 대답하기'만 잘해도 정말 똑똑해 보인다. 쉽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답하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


입사 초기에는 내가 수행한 모든 일을 세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로펌에서 빌링 타임을 작성해 제출하던 버릇 때문인지(로펌 변호사들은 자신이 수행한 업무와 투입 시간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시간(billable hour)을 청구서로 전달해야 한다), 내가 맡은 업무를 낱낱이 보고해야 회사에서의 역할을 증명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리더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개별 구성원의 업무를 하나하나 세세하게 살펴볼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핵심만 간결하게 보고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다.


또한, 사건을 보고할 때 논리적 사고 과정과 도출된 결론을 모두 설명해야 리더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이슈가 무엇인지,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리한 간결한 정보였다. 세부적인 사항은 내가 챙기고, 리더에게는 핵심적인 정보만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리더가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나 역시 신뢰를 얻으며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된다.


리더는 매우 바쁘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직원을 만나고, 수많은 이슈를 접한다. 결국 리더가 듣고 싶은 정보, 그리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라는 점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신수정 작가님이 짚어주신 바와 같이, 리더에게 [1]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사람, [2] 작은 일도 비범하게 해내는 사람, [3] 가치를 증명하는 사람, [4] 핵심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고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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