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펌 기업자문팀에서 1년간 일하다가 작년에 외국계 기업 사내변호사로 이직했다. 현업 부서와 긴밀히 협력하며 보다 실질적인 법률 조언을 제공하는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 업무를 경험하고 싶었다기 때문이다. 이직을 준비하며 외국계 기업과 국내 대기업 중 어디로 갈지 고민했고, 결국 외국계 기업을 선택해 직장생활을 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이번 글에서는 외국계 기업 사내변호사를 선택한 이유와, 실제 업무를 경험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래에서 외국계 기업 사내변호사로서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국내 기업과 대비해서 설명하려고 하는데, 나는 국내 기업에서의 경험은 없고, 외국계 기업에서만 일해봤기 때문에 이 글은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외국계 기업 VS. 국내 기업
꼭 법무 직역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 자체를 놓고 보더라도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외국계 기업은 크게 100% 외국 자본 출자 법인, 합작 투자(Joint Venture) 법인, 그리고 외국 기업이 인수한 한국 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참고). 이들 각각의 형태에 따라 본사의 영향력, 업무 방식, 기업 문화가 달라진다. 또한 외국계 기업은 한국 기업에 비해 성과 중심적인 평가 체계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연공서열보다는 개인의 역량과 성과가 승진이나 보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외국계 기업은 보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 글로벌한 업무 환경, 그리고 유연한 근무 방식을 갖춘 경우가 많다.
외국계 기업 사내변호사 VS. 국내 기업 사내변호사
그렇다면 이러한 외국계 기업에서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로 일하는 것은 국내 기업의 사내변호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1. 영어 커뮤니케이션
계약 당사자가 해외 기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문 계약 검토가 필수적이다. 또한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계약 조건을 조율하거나, 구체적인 업무 진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그림과 전략을 논해야 할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도 입사 첫 달부터 본사 CCO(Cheif Compliance Officer)와 bi-weekly meeting을 해왔고,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인 임원들이 참여하는 회의에 들어갔다.
2. 한국법 전문가로서 국내 법적 리스크 관리 및 분쟁 해결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분쟁 발생 시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그 영향력이 작고 국내에만 한정된 건은 본사에 따로 보고하지 않지만, 가끔 본사까지 알아야 할 부분의 경우 국내법상 문제점과 해결방안까지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한국법 전문가는 한국변호사이므로, 큰 전략에서부터 구체적인 디테일까지 한국 변호사로서 챙겨야 한다.
3.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및 내부 규정 관리
글로벌 기업들은 각국의 법률뿐만 아니라 국제 규제까지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FCPA(미국 해외부패방지법)나 GDPR(유럽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를 신경 써야 한다. 실제로 나는 우리 회사의 사내 정책의 수합, 관리, 본사까지의 승인 절차를 담당하고 있는데, 국내법과 (본사 정책에 반영된) 미국 법을 고려하여 정책을 검토하고 정책이 법령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4. 비즈니스 마인드
이 부분은 국내 기업이 어떤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회사에서 일하면서는 한국법령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현업 부서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국계기업 사내변호사 VS. 국내 "대기업 국제법무팀" 사내변호사
대기업 국제법무팀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하는 경우도,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업무가 많다는 점에서는 비슷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는 외국계기업 변호사로 일하는 것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해외에 진출해있는 대기업의 국제법무팀에서는 해당 국가의 회사법, 노동법, 세법, 환경법 등 주요 법령을 해석하고, 해당 국가에서의 인허가 절차, 라이선스 문제, 규제 대응을 검토하여 해외 지사가 현지 법령과 규제를 준수하면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해외에서 발생하는 소송 및 중재 사건에 대응하고, 이를 위해 현지에 상주하는 변호사 및 국내 본사의 현업 부서와 협업하여야 한다.
결국 외국계 기업 사내변호사는 한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의 법무 이슈를 관리하는 inbound legal work를 담당하고, 국내 대기업 국제법무팀 사내변호사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법적 문제를 다루는 outbound legal work를 수행한다. 내가 입사를 고려해본 대기업 국제법무팀의 경우, 미국 변호사가 주요 업무를 담당하며, 사내에서 인정받는 변호사들도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례가 있었다. (물론 회사에 따라 국제법무팀의 역할이 다를 수 있으므로, 본인이 원하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한 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맺으며
어떤 회사에 입사할 것이냐는 각자 업무 성향과 커리어 목표를 고려해서 선택할 문제인데, 나는 외국계 기업을 선택함으로써 한국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의 일원으로 국제적인 업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통해 로펌 시절과는 또 다른 경험을 쌓았으며,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낀다. 이 경험이 앞으로 어떤 직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2025. 2. 1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