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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issay

운동으로 배운 7가지 깨달음

by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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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는 개똥과 철학의 만남.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본인만의 생각, 사고,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나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 중요한 개똥철학. 나로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본인만의 개똥철학. 이러한 주관적 깨달음을 통해 성장하는 게 인간이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


맨몸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20년 7월이다. 술 담배 끊으며 생긴 안 좋은 식습관으로 몸이 불어날 대로 불어났다. 흔히들 얘기하는 ET형 몸의 마른 비만이었다. 아마 운동 시작 당시 인바디 측정을 했더라면 체지방률 20% 후반에서 30% 초반이지 않을까 싶다. 일부로 측정 안 했다. 숫자에 충격 먹고 완전히 놓아버릴까 봐. 현재는 바디 프로필 시기가 다가올 때까지 15%를 유지하는 중이다. 지금 너무 빼버리면 근육 키우기 힘드니.


마른 비만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다 벗기고 나면 정말인지 추하다. 내 모습을 스스로 사랑하지 않으니 자존감은 바닥을 기어 다녔다. 뭐 어디 가서 티 낼 수도 없고. 하지만 자신감 없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였겠지.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와닿았던 계기는 더 이상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무슨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 일을 왜 하려는지에 대한 목적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걸 왜 하는지 모르는 순간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어찌어찌하겠지. 하지만 금세 포기하겠지. 필요에 의해서, 필요로 해서, 내가 원하기 시작해서 무언가를 시작할 때가, 최적의 시기이고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 순간이 찾아왔고 놓치지 않았다.


내가 운동으로 배운 7가지 깨달음은 수많은 감정 변화를 겪고 이겨내서야 내 것이 되었다. 운동은 이제 나에게 있어서 매일 아침 그냥 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공복 아침 웨이트와 저녁 유산소를 하고 있고 가장 적절한 운동 시간대는 꾸준히 할 수 있는 시간대라 생각한다. 공복 웨이트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선수 할거 아니고 그럴 거면 태릉을 가야지, 그러지도 못하는 재능과 노력도 못하는 상황에서 하루의 절반을 앉아서 뭘 하겠나 싶더라.


1. 롤모델을 찾고 따라 하려 노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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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동 롤모델은 600만 구독자를 가진 맨몸 운동 유튜버 크리스이다. 내가 딱 원하는 형태의 몸이다. 물론 나는 평생을 노력해도 안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롤모델이 있고 그와 비슷해지기 위해 따라 하는 것. 그것이 무언갈 시작하기에 앞서 꾸준함을 만드는 것 중 하나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를 공부해야 한다. 운동하며 머릿속으로 크리스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최고의 운동 공부다. 에너지는 마음으로 사는 거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다. 돈으로 비축한 에너지는 금세 사라질 수 있지만 마음으로 비축한 에너지는 언제든 내 옆에 있다. 롤모델을 찾고 필요한 순간에 떠올리며 매일 아침 밀고 당기고 뛴다. 오늘도 내일도. 내가 저렇게 못될 것 같나, 그건 5년, 10년, 20년 뒤에 봐야 할 일이다.


시간이 흘러 크리스와 같은 몸을 못 가져도 뭐, 문제 될 게 있나. 목표를 가지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온 것에 감사하면 된다. 크리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지원만큼은 되어있겠지. 그때의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목표로 노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한 삶이지 않을까 싶고.


2. 생각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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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면 추진력과 실행력이 낮아진다. 공복 상태로 달리다가 근손실 나면 어쩌지 와 같은 꽤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면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안 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운동을 예시로 들었지만 살면서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더 잘하기 위해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안 해버리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있다. 하기로 했다면 생각 그만하고 일단 해보는 게 좋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생기는 걱정의 대부분은 일단 실행에 옮기고 그것을 실제로 꾸준히 하다 보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해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러니 해야 할게 생겼으면 생각 줄이고 일단 하면 된다.


3. 한계를 직접 경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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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끝이 어디일까를 지속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성장과 발전은 내 한계를 뛰어넘을 때 생긴다. 10 만큼 할 수 있는데 9에서 머물면 9를 잘하는 장인이 될 뿐 새로운 시야와 능력을 가지진 못한다. 새로운 시야와 능력을 가지면 8~9에서 얻은 장인적 능력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


한계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게 좋다.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지속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공개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도 한계를 경험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뭐든 괜찮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옳다. 내 삶이니까.


4. 조급함을 느긋함으로 바꾸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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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분명 해낼 수 없는 목표인데,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면, 끝내 악수를 두게 된다. 예전에 이러한 행동을 열정, 끈기로 생각하고 밀어붙였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해야 내 의지가 증명되는 것 같았고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런 거 없다. 굳이 증명하고 싶다면 나에게 증명하고 인정받는 것이지 타인에게 그럴 필욘 없다. 자존감은 여기서 결정된다. 아무튼.


풀코스 마라톤을 처음 도전했을 시기였는데 정말 무모했다. 풀코스 마라톤은 완주 자체가 버거운 도전이다. 첫 도전을 완주가 아닌 4시간 이내 목표를 설정했었다. 4시간 이내로 완주해야 하니 당연히 1km 페이스도 빨라졌다. 결국 20km 후반 지점에서 처음 느껴보는 근육 경련이 찾아왔다. 몇 분 뒤에 사라지는 잠깐의 고통이었다면 완주를 목표로 뛰었겠지만 끝내 포기했다.


레이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무리수였다. 애당초 완주를 목표로 천천히 달렸다면 4시간 후반대로 완주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브 4 목표를 위해 4시간 이내 완주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수를 뒀다. 그 결과 근육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범위가 커져갔고 부상으로 다가온 것이다.


러닝에 있어서 몸이 기억하는 최장거리를 늘려가는 것은 중요하다. 더 멀리 달릴 수 있어야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처음부터 더 멀리 더 빠르게 달릴 수는 없다. 둘 다 해낼 수 없다면 목표를 낮추고 느긋함을 가져야 한다. 그때 만약 완주를 목표로 달렸다면 현재 내 몸이 기억하는 최장거리는 42.195km이다. 하지만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욕심과 조급함으로 얻게 된 건 부상뿐이었다. 내 몸이 기억하는 최장거리도 20km 후반에 멈춰진 상태이다.


쉬어갈 줄 아는 사람이 쉼 없이 꾸준히 끝까지 밀고 나간다. 하지만 쉬어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토록 바랬던 목표가 눈앞에 펼쳐진다면 평정심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이 깨달음은 삶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하다. 꾸준히 할 거라면 한 템포 쉬어가도 괜찮다. 때로는 길고 가늘게 바라보는 태도가 훗날 더 큰 결실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정말이다.


5. 반복된 행위를 이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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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하더라도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작게라도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유의미한 결과들은 우직하게 묵묵히 오랜 시간 끝에 나타난다.


매일 밀고 당기고 뛰는 것도 중량의 변화와 속도의 변화만 있을 뿐 밀고 당기고 뛰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끈기와 꾸준함은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때로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지표이다.


작게 쪼개어 내 하루 생활에 스며들게 하는 것. 습관을 만들려면 반복을 이겨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기에, 그렇기에 꾸준함은 위대하다.


6.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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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간은 많고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나를 사랑하는 태도는 좋지만 지나치게 사랑하게 되면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 과대평가로 이어진다. 이렇게 생겨난 과대평가는 내 수준과 능력을 똑바로 못 보게 한다.


뭐든 처음 시작하면 어렵다. 그런데 날 지나치게 사랑하고 사랑을 넘어 능력과 역량을 과대평가하니, 속된 말로 아무것도 아닌 나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상처를 받는 것이다. 무언가를 해내지 못했을 때 받는 아픔과 상처. 그럴 필요 없다. 내 수준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자.


너무 높은 목표는 욕심일 뿐이고 끝내 거짓된 결과물로 나타난다. 하지만 현재 내 수준 대비 합리적인 수준의 상향 발전이라면, 꾸준함이 동반되었을 때 분명 달성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내 능력과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는 혜안은 이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중요하다.


7. 불편한 상태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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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 삶이 불편하다는 것은 내 역량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나타난다. 지금껏 해오지 않았던 생소한 분야 또는 더 높은 결과물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길 때 불편한 것이다. 이 상태는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한계에 부딪힐 때 뇌가 가장 많이 성장한다.


지루한 반복 속에서 불편한 상태를 유지하고 끊임없이 실패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끝내 성장한다. 불편한 상태 끝에는 성장이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자. 이걸 즐기지 못하는 삶에 성장은 없다.


불편한 상태를 즐기라니,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각 그만하고 일단 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하다 보면 뭐라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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