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서른세살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은 나이를 세지 않고 살았다. 많이 헤매었던 시간이었다. 2025년 올해 나이를 검색해 보니, 1992년생 원숭이띠가 만 나이로 33살이라더라. 나 올해 서른다섯쯤 됐나?라고 생각하며 검색했는데,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사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빠와 엄마가 지금 내 나이였을 때, 그들은 두 딸의 부모였다. 그 시절 내 부모의 삶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버거웠을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형제들보다 느리고, 조금 달랐던 나를 많이 걱정하셨고, 나 역시 함께 나를 걱정하며 자랐다.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불안을 정확히 마주하지 못한 채 오히려 스스로 키워왔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사남매 틈에서 생존본능처럼 관계를 대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보다 관계가 더 중요해졌다. 그 안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고 또, 많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관계들은 가족들과 맺는 관계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서 사랑을 느꼈지만, 그 사랑이 ‘나’라는 존재 전체를 향한 것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 어쩌면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다. 변하는 마음과 관계에 대해서 정말 취약했던 것 같다.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이 항상 버거웠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 예민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려워져 버렸다.
유년 시절의 가족 같은 관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랑받는 관계를 모든 관계에서 기대했던 것 같다. 내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저 내가 유별나서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거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20대를 보냈다. 그럼에도 내 곁에서 오직 나라는 이유로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람의 마음은 변하는 것이고, 갈등은 잘 풀면 된다. 관계는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사랑과 지지를 주고받는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여하튼 나는 앞으로도 사랑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이제 서른셋, 조금 더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