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몽동과 미드소마

내집단에 대한 느슨한 고찰

by 민지원

친구들이랑 미드소마를 보면서 시몽동의 내집단 개념이 떠올랐다.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의 개체화 이론에서 ‘내집단’은 개체들의 경향, 본능, 신념, 신체적 태도, 의미 작용, 표현 등 삶의 양식이 공통되는 집단이다.


시몽동에 따르면, 의미는 개별 존재자들에게 속하지 않고 존재자들 사이를 관통한다. 의미는 관계적이며, 개체를 초월해 집단적인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관점에서 내집단은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함께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내는 공간이다. 다름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타인의 경험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내집단 형성의 조건이 된다.


하지만 동시대에는 이런 집단이 드물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자신의 기준을 잠시 유보하고, 열린 상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가 자기 입장에만 몰두하고, 타인의 다름에 반응하기보다는 쉽게 단절되거나 무관심해진다.


한편 내집단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건강한 공동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 미드소마는 그 경계가 어떻게 흐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일한 신념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배제하거나 해치는 집단은, 내집단이라기보다 오히려 폐쇄된 체계에 가까워 보인다.

사회는 실체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엉켜 있는 흐름이다. 내집단의 경계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며, 계속적인 생성에 열려 있다. 인간 또한 언제나 현재의 상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최근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친구를 볼 땐, 그동안의 기억으로 보기보다 지금 현재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려고 해야 한다.” 관계는 과거의 이미지가 아니라, 현재의 상태를 주고받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내집단이라는 것은 결국 지금 여기에서 서로를 얼마나 잘 보고 있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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