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울음을 그칠 수 있었던 이유,
어린 아기가 태어났고, 엄마는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삼촌과 숙모 그리고 이미 훌쩍 자란 두 자녀는 우리가 아기를 돌봐줄 테니 걱정 말라고 엄마를 안심시킵니다. 피곤한 엄마는 아기에게 저녁을 먹인 후, 휴식을 취하러 올라갑니다. 모두가 아기 주변에 모여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천사같이 머물러 있던 아기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말합니다. "나는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 분명 아름다운 것을 원할 거야"
할머니는 얼른 달려가 아름다운 꽃을 꺾어옵니다.
꽃향기에 잠시 얼얼해 울음을 그치나 했던 아기는 다시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번엔 할아버지, "나는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 분명 부드러운 것을 원할 거야"
할아버지는 거위 한 마리를 데려다 아기에게 안겨줍니다. 아기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위를 멀뚱히 바라보다 다시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숙모가, 삼촌이 그리고 큰 누나가 차례로 나서봅니다. 그들은 그때마다 외칩니다.
je sais ce que veut bébé!
나는 아기가 원하는 것을 알아!
그러나 그들의 확신에 대해
작가는 의구심을 갖습니다.
Est ce vraiment ce que bébé voulait?
아기가 원한 것이 정말로 그것일까요?
아기의 울음은 점점 더 거세져 갑니다.
그리고 아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 가족들의 마음도 혼란스러워져 갑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칩니다.
"Mais que veut donc bébé?"
그래서 도대체 아기가 원하는 게 뭘까?
그때였습니다.
가장 어린 형아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Je crois que je sais ce que veut bébé."
내 생각엔 아기가 원하는 걸 내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과 달리 전혀 확신 없는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그 아이는 두려움 없이 아기 옆으로 바짝 다가갑니다.
무언가를 찾아오려고
다짜고짜 밖으로 달려 나갔던 어른들과 달리
형아는 우는 아기 옆으로 다가가
아기를 가만히 바라보다,
조용히 두 팔을 뻗어 포옥 감싸 안습니다.
여전히 훌쩍이는 아기를 품에 안고,
아기가 그치길 기다리며 도닥여줍니다.
마치 '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
온몸으로 말해주듯이...
아기는 비로소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마음에도
잔잔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대단히 노력하고,
대단히 힘들여서,
대단히 좋은 것을 주어야지만
힘껏 사랑한 것이라는 이상한 환상이
내 안에 자리 잡아 있었기에,
나에게 육아는 늘 도달할 수 없는
무한도전 같은 느낌이었다.
뭘 더 줘야 하나, 뭘 더 줄 수 있을까...
그것에 점점 더 연연할수록,
신기하게도 아이들의 결핍감은 더 커 보였다.
내가 노력할수록,
아이들은 더 갈급해 보였다.
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힘겨워
엄마노릇이 지긋지긋했다.
나더러 뭘 더 어쩌라는 거야......
그런 날들이 분명 있었다.
이 책을 보다 그 순간들이 기억났다.
아등바등 애를 쓰며 주려했던 나와
그것을 받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던 아이들.
나는 내게 물었다.
내가 주려던 것들이,
정말로 아이들이 원하던 것이었을까?
아름다운 것, 화려한 것,
안전한 것, 따뜻한 것, 좋아 보이는 것,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은 걸 알고, 더 많은 걸 잘하게 되는 것
그 모든 기회를 주고 싶었던 내 간절한 마음이...
정말
아이들이 그토록이나
갈급해했던 것이었을까?
모두가 갖고 싶어 하니,
아이들도 가지고 싶어 할 것이라 여겼던
아니 실은
내가 갖고 싶으니,
아이들도 갖고 싶어 할 것이라 여겼던
나의 순진한 믿음이
우리를 그토록 괴롭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달동네에서 자랐음에도
피아노 학원을 5년이나 다녔다.
분식집을 하셨던 엄마,
바쁘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내게 선사해 준 우아한 취미.
그러나 나는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
엄마가 내게 주고자 했던 것과
내가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것.
우리는 그렇게나 서로 멀리 있었다.
사실
나는 그저 엄마가
내 눈을 더 오래 들여다 봐 주길 원했다.
피아노 선생님보다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했다.
내 속상한 마음을
조금만 더 진심으로 들어주길
괜찮다고,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해주길
네가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말해주길...
그랬다.
내가 그랬듯,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토록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품일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그 작은 가슴으로 꼭 안아주는,
화려한 것들 사이에서
지치고 외로운 우리의 존재를
놓지 않고 붙잡아주는 따스한 그 손길.
그 품이 그리워서,
우리는 오늘도 눈물을 훌쩍였는지 모르겠다.
그런 나를 잠시 안아준다.
내가 정말로 원했던 그것을,
이제는 내게 주고 싶다.
그리고 네가 그토록 원하는 그것을
이제는 너에게 주고 싶다.
그렇게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잔잔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