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상처를 두려워 마세요.

by 마리앤느


옛날 아주 먼 옛날,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기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날이 밝자 아빠는 사냥을 떠납니다.

엄마와 아기는 동굴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 혼자 놀고 있던 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아빠는 어디에 있어?"

"아빠는 나가셨어"

엄마의 답변에 아이는 아빠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렇게 아이의 모험은 시작됩니다.

'아빠가 여기로 갔을까?'

아이는 위험한 비탈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아슬아슬, 아래로 흐르는 물에 빠지기라도 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던 찰나,

짜잔 슈퍼맨처럼 엄마가 나타납니다.


아이가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이 태산인 엄마는

얼른 아이를 안아 올리며

"이곳은 위험하니 모두 잊어버리"라며

아이를 데리고 동굴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아이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쪽일까?'

아기는 엉금엉금 기어서 다른 방향으로 향합니다.

그 방에는 각종 위험한 도구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가 만지려던 찰나,

엄마는 다시 달려와 아기를 막아섭니다.


"이건 아야 아야 하는 거야. 위험해 알았지?"


결국 엄마가 잠든 틈에

아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다치고 맙니다.

엉엉 울어도 오지 않는 엄마,

머리에 작은 혹을 가지고

다시 엄마에게로 엉금엉금 기어갑니다


그때 아빠가 사냥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오늘의 임무를 달성한 아빠의 얼굴은 밝습니다.

그러나, 아빠 몸은 온통 상처 투성이었습니다.

엄마가 상처를 보곤 이게 다 뭐냐고 놀라지만

아빠는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때 아기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나 여기에 상처가 났어"라고 말합니다.


깜짝 놀란 아빠.

그러나 그는 이내

자신의 상처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여기에도 있어. 여기에도,

그리고 여기에도. 여기에도 있다, 여기도 보렴."

엄마는 상처가 가득한 아빠를

치료해 주고 안아줍니다.


상처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 걸까요?

그 사이 아이는 쏜살같이 달려가버렸습니다.


"아이는 어디에 간 거지?"

엄마 아빠가 놀라서 달려갑니다.


그때 저 말리에서 들려오는 자랑스러운 목소리.

"엄마 나 여기에도 상처가 생겼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온통 상처 투성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유년기 친구들에게,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직장 동료에게, 어떤 종류의 관계이든 간에...


누군가를 믿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언제나 상처받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걸

철들 무렵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본 적 없고, 잘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한 낯선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가장 연약한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당당한 척, 밝은 척,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나의 내면은

내가 취약한 존재라는 걸 드러내는 일들 앞에서

지나치게 요동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늘 저의 안전한 기지 안에 머물렀습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만 찾아다녔고,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관계는

굳이 곁에 두지 않았습니다.


위험하지 않았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그런 상태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겁이 많았던 저였기에,

상처를 피하고 싶었던 저였기에,

아이들에게만큼은 꽃길만을 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받았던 상처,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아이들은 하나도 겪지 않고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날이 갈수록 간절했기에...


내 손이 닿지 않는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이미 상처를 입고 침울하게 돌아온 아이를 볼 때면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참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이 책을 보다가 깨닫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그 상처들이,

내가 살아온 삶의 작은 흔적들이라고 생각하자

불현듯 왜 그토록이나 지나온 내 삶의 모든 흔적을 부인하고 싶었을까 싶습니다.



취약성을 마주하면 아팠지만

그 아픔을 딛고 조금 더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관계가 내 마음을 찔렀다는 사실을 부인할수 없지만 그래서 그 모든 관계들을 송두리째 솎아냈다면 과연 제 삶이 더 아름다웠을까요?



어쩌면,

상처는 배워감의, 성숙되어 감의

작은 증거들 인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자기 앞의 생을 충실히 살아내기 위해서

크고 작은 상처가 필수적이겠지요?


'엄마 아파'... 하고 다가올 때면

'그래 아프지... 나도 그랬어... 근데 말이야 그게 당연한 거야' 라고 말해주려 합니다.

꼬옥 안아주며,

영혼의 위로를 건네되

결코 그 시련들이 없이는

우리가 빚어져 갈 수 없음을

조용히 인정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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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상처가 두렵지 않습니다.
상처는 살아 있다는 증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