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찾는 그것은 가까이 있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이들을 위한 책

by 마리앤느


아이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화성까지 날아갑니다.


화성에 내린 아이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모두들 자신에게 미쳤다고 했지만, 아이는 반드시 자신이 그토록 궁금했던 화성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처음 아이는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타박타박 생명체를 찾아 걷는 아이는 앞만 바라보며 걷습니다. 화성은 너무나 춥고, 너무나 어둡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이 막막한 길을 홀로 걷고 있습니다. 이내 아이는 지치고 맙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내가 틀렸고, 사람들이 맞았구나...


그러나 앞을 보며 걷는 아이 뒤를 화성에서 살고 있던 한 생명체가 뒤따릅니다.

그는 아이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아이가 생명체를 만나면 주려고 가져온 선물, 초콜릿 상자를 땅에 떨어뜨리자 그것을 주워 들고는 아이를 한참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헤매고 헤매다 이제 타고 온 우주선까지 잃어버립니다.


아이는 절망합니다.

"나는 돌아갈 수 없어요. 나는 길을 잃어버렸어요. 화성에는, 내 주변에는 아무런 생명체가 없어요."


바로 그때, 아이는 길을 잃은 그곳에서 작은 꽃 한 송이를 발견합니다. 그제야 아이는 미소를 되찾습니다. 아이는 이제 얼른 돌아가서 이 생명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때 저 앞에 잃어버렸던 초콜릿 상자도 발견합니다. 아이 뒤를 졸졸 따라온 외계인이 놓아둔 것입니다.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 이제 우주선만 찾으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때 아이 눈에 높은 봉우리가 들어옵니다.


"옳지 저길 올라가면 우주선이 보이겠구나."



그 봉우리 위에서 아이는 우주선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그 봉우리가 사실은 아이를 돕기 위해 몸을 낮추어 누운 우주 생명체, 아이가 그토록 찾던 우주 생명체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한 채, 아이는 기쁘게 지구로 돌아갑니다.







마흔에 다시 대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해서 사람들을 돕겠다는

당차 포부로요.


쉽지 않을 것은 알았지만, 시작하고 보니 더 가관이었습니다. 이십 대의 젊은 프랑스인들에게도 힘든 공부를 나이도 많고 불어도 서툰 사람이 쫓아가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속담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저는 조금씩 지쳐갔습니다.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싶어 시작한 공부, 저는 어쩐지 자꾸만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분명 길이 보여서 걸어왔거늘,

길이 너무나 춥고 어두웠기 때문이었을까요?

따라가던 길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우주 위에 나 홀로 동동 떠 있는 것 같은 날들이 찾아왔습니다.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할 때 선물상자처럼 손에 들고 있던 마음, 그 따뜻했던 마음도 어느새 어딘가에 흘려버리고...


왜 이 힘든 걸 계속해야 하는지, 계속하면 뭔가,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긴 한 건지, 그 어딘가에 도달하긴 하는 건지 하루에도 수십 번 의심이 몰려왔습니다.


세상에서 나만 틀리고

모두가 맞는 것 같은 느낌...


나를 제외한 모두가

제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시시때때로 마음을 힘들게 했습니다.



그 무렵이었습니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것은...

나처럼 초라한 마음으로 길을 헤매던 아이가 작은 꽃을 발견하고 함박웃음을 지을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다행이라고, 다행이라고 홀로 속삭였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그게 무엇이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다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깨달았습니다.


그토록 찾던 그 생명체는

아이의 뒤를 처음부터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잃어버린 초콜릿 상자를 아이가 찾을 수 있는 곳에 가져다 둔 것도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 우주선을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낮춰 봉우리를 만들어 준 것도


모두 그 생명체였습니다.

아이만 몰랐을 뿐이지요.


그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겪는 이 혼란스러운 시간들, 힘겨움을 딛고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이 모든 여정들이, 사실은 내가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아닐까 하고요.


심리학 지식과 다양한 상담기법과 테라피는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술이 사람의 아픈 마음을 위로할 수는 없습니다.


나의 눈물겨운 하루하루가,

눈물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재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이 모든 시간 끝에,

누군가가 딛고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몸을 웅크리고 작은 봉우리가 되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제야 눈물이 핑돕니다.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것은,

졸업장도 학위도 아닙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아닙니다.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것은

바로 가까이 있었습니다.


내 눈에 초라해 보이는 이 모든 여정

견디기에 너무나 무거운 이 시간들

길을 잃은 것 같고, 어디가 길인지도 모른 채

걷고 또 걷고 있는 이 시간들


이 모든 시간들이야 말로,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그것으로

나를 데려가는 시간임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