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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치 Feb 09. 2024

운명을 믿으십니까

<너의 이름은>, <소울>

두 남녀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영혼이 바뀌고, 서로의 일상을 살아보다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영화 <너의 이름은>을 보았다. 왜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서로의 영혼이 바뀌었고, 왜인지 모르지만 자꾸만 그 사람으로 향하는 마음에 서로를 만나고 서로를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운명이라는 것에는 여러 견해가 있다. 무언가 이미 정해져있다고 하는 것, 내가 아닌 다른 힘에 의해 그것이 결정되어 버렸다고 하는 것에 불쾌감 혹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의 견해는 좀 다르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라 나의 결정이나 선택에 대해 많이 돌이켜보곤 하는데, 여러 번 생각할수록 후회와 자책만이 많아지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면 자책하는 마음을 많이 비울 수 있기에 오히려 운명의 좋은 면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운명에 맡길 때가 많았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만약 그 운명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비단 사랑하는 상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태어났다기 보다 누군가, 무언가가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어서 혹은 그것을 해보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다. 강렬하게 나를 끌어당기는 것, 혹은 그런 상대를 사랑하며 마음을 쏟으려고 태어났다. 그렇게 나의 마음을 자꾸 끌어당기는 운명의 상대나 대상으로 인해 내가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게 우리는 만들어졌다. 나를 일으키게 하고, 격려하고, 한숨 돌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꾸만 눈길이 가고 궁금하고 마음이 이끌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작은 것이라 해서 영향력까지 작은 것은 아닐 테다. 나를 숨 쉬게 하고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 미소 짓게 하고 격려하는 것이 나의 운명인 것이다. 타키에게 미츠하가, 미츠하에게 타키가 그랬던 것처럼. 또, <소울>이라는 영화에서 재즈를 사랑한 조 가드너, 하늘을 보는 것과 같이 소소한 무언가도 행복으로 여기는 22번 영혼처럼 나를 움직이게 하는 운명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나는 가족들의 마음을 늘 살핀다.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하다 느끼는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늘 나의 더듬이는 가족들과 더불어 내 강아지들의 정서와 건강 상태를 향하고 있다. 이것도 아마 나의 운명이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 운명이 가끔은 의무와 책임처럼 느껴져 무겁기도 하다. 종종 그 운명에 집착을 한 탓에 무게가 너무 무거워 스스로 매몰되어 울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너의 이름은> 영화 속의 타키와 미츠하도 자신의 운명이 버겁게 느껴져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운명이라는 것이 가끔은 너무나 버겁지만, 결국엔 그것에 이끌리고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운명이라 하는 것일 테다.


그래서 나는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미츠하처럼 불현듯 벌떡 일어난다. 오늘도 운명이 버거워 왈칵 눈물을 쏟았지만 그럼에도 제일 좋아하는 운동화를 신고서 좋아하는 인형을 가방에 달고, 그 가방 속에 블루투스 키보드와 책을 넣은 채 늘 재즈가 흘러나오는 카페로 간다. 고소하고 향기 나는 따듯한 커피와 언제나 실패 없는 딸기 타르트를 주문한다. 또 이 카페엔 자신이 굉장히 무서운 골목대장이라도 되는 줄 아는 깜찍한 털뭉치 같은 강아지도 있다. 이런 내 마음이 끌리는 것들, 나를 끌어당겨 주는 것들도 나와 만날, 그리고 나를 움직이게 해 주는 운명일 테다. 스스로 짊어진 큰 운명을 잠시 잊고 가벼워진 어깨와 목을 가볍게 툭툭 털어보았다. 이렇게 운명은 수동적인 것이 아닌 필연적으로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무너진 나의 온몸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아서 천천히 일으켜 주는 끌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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