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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치 Nov 26. 2023

선생님, 양치는 화장실에서.

투룸에 살고 있다.

화장실이 한 개고, 주방과 거실이 같은 공간에 있다.

그래서 남편이 화장실에 있을 때나,

내가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양치를 하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싱크대에서 양치를 한다.

오늘도 싱크대에서 양치를 하다 보니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


발령 난 첫 해 만난 관리자는 원무실 내에 있는 싱크대에서

양치를 하곤 하셨다.

사무를 보는 공간에 있는 싱크대인데 그곳에서 양치를 하시니

처음엔 당황스럽긴 했다.

하지만 ‘뭐, 못할 것도 없지’ 라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나를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도

수업이 끝나고 원무실에 오면 그곳에서 양치를 했다.


1년 반이 지났고 학기 중간에 관리자가 바뀌었다.

하던 대로 원무실에서 양치를 했다.

그러자 새로 오신 관리자께서 한마디 하셨다.


“선생님, 양치는 화장실에서.”


학기 중간에 관리자가 바뀌면 선생님들은 참 힘들다.

1년 단위로 굴러가는 기관인데,

중간에 다른 분이 오시면 마치 신학기처럼 모든 것이 바뀐다.


그래, 양치정도야 화장실 가서 하면 되고,

그거 전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이 학교에 잠시 몸 담고 언젠가는 떠나는 사람들이다.

위계가 있으나 성인들의 조직이다.

승진을 하면서 ‘민주적인 관리자가 되어보자.‘라고 다짐하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내가 한 번 이곳을 멋진 곳으로 만들어봐야지.’라는 다짐을 하는 분들만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비효율적이고 부적절한 관습은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입맛에 맞지 않은 것인지,

정말 부적절한 것인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고려가 필요한 것 같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거나,

모든 입장에서 모든 것이 정답인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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