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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치 Dec 01. 2023

아무래도 최선을 다했나 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날은 잠이 오질 않는다.

오늘 일로 앞으로 일어날 파장이 두려운 날엔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자리에 누운 상태로 두세 시간을 후루룩 흘려보낸다.

이렇게 말해야지,

아니 아무 말도 하질 말아야지,

아니 이 정도는 말해야지.

아니 그저 침묵해야 맞겠지.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돌리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흘렀다.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우울해져

그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늘 나의 이런 고민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거꾸로 생각을 타고 들어가 본다.

한 겹 안으로 들어가 보니

‘답답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또 한 겹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걱정된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또 한 겹 걷어내고 들어가 보니

‘화가 난다’,

‘억울하다’며 울고 있었다.

더 걷어내고 들여다보니

‘인정받고 싶었는데.’라는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현장체험학습 담당자이다.

비난과 지적, 피드백 그 사이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의견을

관리자로부터 받았다.

심지어 월요일에 본격적인 평가 시간을 갖자고 하신다.



오늘, 현장체험지를 잘 선정했다고 인정받고 싶었다.

아니, 사실 현장체험지는 다소 하자가 있었다.

그래도 그것을 미리 파악했고, 그것으로 인한 불편함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사전에 여러 번의 협의를 했고 당일날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다소 하자가 있었으나 잘 준비했다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럼에도 잘 다녀왔다고 인정받고 싶었다.

아무래도 최선을 다했나 보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과연 좋은 것이 맞을까?

내가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 발 뻗고 잘 수 있지 않았을까?

최선을 다한 만큼 기대하고,

기대한 만큼 실망하고,

실망한 만큼 지치는 것이 아닐까.

아니 이건 어쩌면 나의 문제일까.

최선을 다해버린 나의 문제 혹은

기대한 나의 문제 혹은

너무 쉽게 지쳐 나가떨어져버린 너무 나약한 나의 마음의 문제.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됐다.’라는 마음은 어떻게 갖는 걸까.

무엇의, 누구의 잘못으로 나는 오늘 자지 못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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