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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치 Aug 03. 2024

오늘도 초록하세요!

<오늘의 초록>, 윤미영


내 눈을 행복하게 하고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는 이유로 여러 식물을 집 안에 들여서 키우고 있다. 그러나 자연을 집 안으로 들여온다는 것은 역시 많은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세계의 다양한 곳에서 자생하던 식물을 각자의 특성에 맞는 환경 대신 내가 제공한 환경에 맞추어 자라라고 강요하는 것이 식물 키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ㅣ 33

식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태도가 있다면 그건 세심하게 관찰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세심하게 관찰하되, 크고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으며 식물을 키우는 일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닮았다. 결국, 자기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 때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ㅣ57

차곡차곡 쌓인 이 보석 같은 마음은 식물뿐만 아니라 일상의 다른 일에도 조금씩 그 마음을 나누어 준다. ㅣ 75



초록 초록한 자연을 보며 마음이 누그러지고 여유 있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그래서 나도 집에 이렇게 예쁜 초록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수 년에 걸쳐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키우기 쉽다는 꽃기린 선인장에 응애 벌레가 가득 생긴 것을 본 뒤로 섣불리 식물을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소질이 없나 봐.'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기를 반복하던 중에 만난 책 <오늘의 초록>. 마음을 댕- 하고 울리는 대목이 아주 많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에 정말 관심이 많았고, 좋아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부모님을 졸라서 데려온 강아지와 18년간 같이 살았다. 그때는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이 그렇게 많지 않았었고, 나도 좋아할 줄만 알았지 아는 것은 없었던 때다. 그래서 18년이나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았던 강아지 '또리'를 지금 생각하면 못해준 것이 너무나 많아 부끄럽고, 미안해서 마음이 미어진다.

지금은 강아지 공장, 펫숍, 분양, 강제 교배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보편화되었다. 때문에 '동물을 돈을 받고 파는 곳을 이용하면 안 된다, 입양을 하자'는 생각도 많이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잊을만하면 한 번씩 화제가 되는 반려동물 유기 사건, 학대 사건들을 보면 아직도 동물을 '살아있는 인형'쯤으로 생각하고 데려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 나 또한 무지함으로 인해 사랑하는 내 가족 중 한 존재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행동들을 많이 했었기에, 동물의 권리에 대한 바른 인식과 지식들이 더 보편화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있는 생명에게 못할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곤 했으면서,  <오늘의 초록>을 읽으면서 '내가 나의 식물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식물을 들여오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는 '내가 정성껏 돌봐주어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는 우리 집을 예쁘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식물도 동물처럼 이 생명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등을 매일 자주 살펴보면서 애정을 쏟는 것이 필요한 존재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정말 부끄럽게도.

그저 '예뻐서 나도 갖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동물을 돈 주고 사 온 사람은 그 동물이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행동 특성이 있고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등을 살필 준비가 안 되어 있기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써야 하거나 손이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못 견디는 것일 거다. 그런데 바로 내가 식물에게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이런 나의 인식에 경종을 울려준 작가님께 정말 감사하다.

식물의 싱그러움을 매일 누리는 대신 늘 책임져야 하는 어떤 부분들이 있다.

<오늘의 초록> 67p

뿐만 아니라 윤미영 작가님은 식물을 돌보고 육아를 하시며 그것들 간에 공통된 점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으셨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즐기고 그것들에 대해 깊이 애정하고 사유한 분들은 그 과정에서 인생의 보편적인 진리까지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책의 중간중간 소개해 주시는 예쁜 식물들을 보면 여지없이 또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함께 떠올릴 수 있다. 또한 나도 윤미영 작가님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지면서 주변에 대한 통찰력도 얻는 경지에 이를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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