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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원 Jan 06. 2022

0. 들어가는 말




  최근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 오류 양상 분석’이라는 논문이 나름대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현재 학술논문 사이트 DBpia의 Best논문 3위에 랭크되어 있기도 하고, 논문을 작성하신 분이 유튜브의 스브스뉴스 채널에 인터뷰를 하셨을 정도이니 화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 때도 저랬었지’와 같은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공감을 사는 것을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입생들에게 글쓰기는 어렵고, 두려운 주제인 듯싶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해 첫 번째로 진행할 시리즈는 [대학 리포트 잘 쓰는 법] 시리즈로 정했다. 아마도 가장 수요가 많을 것으로 짐작되기도 하고, 또 그에 비해 리포트를 정말 잘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리포트를 잘 쓰는 방법에 관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들어가는 글을 빌려 리포트 쓰기에 관한 한 가지 중요한 오류를 바로잡고 넘어가고자 한다. 바로 ‘글 못 쓰는 사람도 리포트는 잘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리포트 쓰기도 역시 글쓰기니까, 글을 잘 쓰고 문장을 유려하게 잘 쓰는 사람들이 리포트를 잘 쓸 것이다. 그런 글쓰기 재능은 타고나거나 학창시절에 책을 수백 권 읽은 일부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므로 나랑은 인연이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다. 리포트 잘 쓰는 건 평소 일기나 수필, 에세이 같은 글을 잘 쓰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단기간에 짧고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리포트를 쓸 수 있다.      


  이런 오해는 글쓰기의 두 가지 측면인 ‘내용’과 ‘형식’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아 흔히 발생한다. 이어질 시리즈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고,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하게 될 말이니 조금 더 설명해 보겠다.     


  많은 사람들이 문장 구성이나 문단 사이의 관계 같은 ‘형식’이 좋은 글을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용’은 내가 읽은 후에 한번 더 속으로 생각해 봐야 평가할 수 있는 데 비해 ‘형식’은 그냥 속으로 소리내서 줄줄 읽어내려갈 때 잘 썼는지 못 썼는지를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소리내서 읽을 때 한 문장이 너무 길지 않다거나 접속사가 알맞은 곳에 잘 등장한다거나 해서 부드럽게 읽히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글을 잘 썼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용이 좋은지를 판단하는 것은 조금 이후의 일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형식’을 잘 꾸며야만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형식’을 잘 꾸미는 법을 모르니 글을 못 쓸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좌절하곤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적어도 리포트에 한해서는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 오류 양상 분석’ 논문에서도 주로 형식, 즉 단어와 문장 구성의 측면에서 오류가 드러난 부분 위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이 시리즈에서 나는 문장에 관해서는 많이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좋은 문장을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건 사실 모든 유형의 글쓰기에서 중요한 거라 딱히 ‘리포트 잘 쓰는 법’으로 언급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주제’와 ‘내용’을 중점적으로 언급할 예정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아무리 스스로가 그동안 글을 못 쓰는 것처럼 생각되었더라도 시리즈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기만 해도 리포트를 잘 쓸 수 있다. (여러분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들어가는 말에서 이 점을 매우 확실히 하고 싶다.)


  리포트라는 글의 특징 중 하나는 주제와 내용이 좋으면 문장의 사소한 오류가 정말 쉽게 ‘용서’된다는 점이다. 주제와 내용, 즉 글쓴이의 생각이 좋으면 심각한 문장 오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는 것이 리포트라는 글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대학생들에게 잘 와닿을 수 있게 바꾸어 말한다면, 문장이 그닥 좋지 않아도 궁극적으로는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을 정말 잘 기억해야 한다. 다른 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단어 선정이나 문체가 정말 중요한 소설은 물론이고 감성 수필에서도 문장 오류는 치명적이다. 문장에 한해 이런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글의 유형이 정말 흔하지 않다.     


  리포트는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공개적으로 모두가 지켜볼 수 있도록, ‘학술적인 언어’로 바꾸어 내놓는 글이다. 대학생에게 내주는 리포트 과제는 ‘학술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한 예행연습을 시키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학술 언어는 일상언어와 다르고, 따라서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다들 ‘당신의 생각이 잘 전달되기만 한다면 OK 입니다’ 라는 스탠스를 취한다. 학술 논문을 많이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문장적으로 엄청 유려한 학술 논문은 많지 않다. 오히려 읽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한 단어로만 문장이 구성된 경우도 있고 연구자의 생각을 풀어나가다 보니 문장이 네다섯 줄 정도로 길어진 경우도 많다. 유명한 논문 중 ‘글을 참 예쁘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든 글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면 ‘와, 이 논문이 유명한 이유는 관점과 결론이 정말 좋기 때문이구나’ 하는 감상이 들기 마련이다. 자, 그러니 문장은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힌번 더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리포트에서 중요한 것은 문장이 아니라 주제와 내용이다. 그런데 주제와 내용은 얼마든지 연습해서 과제 기간 내에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문장을 잘 못 쓰는 사람도 얼마든지 주제와 내용의 방향을 잘 정해서 끌고 간다면 리포트를 잘 써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내용을 잘 지켜봐 주시라.      


  지금까지 본격적인 팁을 설명하기에 앞서 가장 흔히들 생각하는 오해를 풀어 보았다. 이 글이 부디 이어질 시리즈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하는 도우미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키워드 : 리포트, 리포트 주제, 학술적 글쓰기, 리포트 과제, 대학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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