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든, 고양이든 말이죠.
"우울증이신 분들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언젠가 강아지 입양글을 둘러보다가 본 말이었다. 약-간 상처받은 건 사실이었다. 마치 나는 강아지를 입양하면 안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내 병때문에. 우울증은 안되면 조울증은 되나? 하고 농담같은 마음도 들기도 했다.
나는 조울증이지만 우리 강아지 예쁜거 알고, 이 아이에게 산책이 필요하다는걸 알고있고, 교육과 규칙이 필요함을 알기에 강아지 행동전문가가 있는 댕댕이 학교에도 나간다. 강아지를 임시보호 해 보기도 하고, 키워보기도 했다. 어느날은 우울해서 하루종일 일어날 수 없을때도 있다. 또 힘내서 나가볼때도 있고 말이다.
강아지 보호자가 될 조건은 책임과 사랑이 아닐까. 내가 이 강아지를 사랑해야만 강아지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입양이라는 것은 쉽지않다. 생명을 데려오는거니까, 책임져야 하니까.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져서, 마당있는 집이 있어서 강아지를 뛰어놀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고, 한국에서 큰 집을 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 또한 마당 있는 집은 없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아도,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상황이나 삶의 조건이 바뀌게 될수도 있다. 모든게 준비된 상태에서 강아지를 키우는건 사실상 어렵다. 물론 준비는 해야하지만, 운명의 강아지를 만나게 되면, 준비 없이도 가족을 맞이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키우게 됐다면 강아지에 대한 기본 지식은 꼭 배우기 바란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의리와 사랑을 배웠다. 강아지가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의리와 사랑을 전달하는 건, 말 한마디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세상에, 이런 감동이 있을까.
강아지를 키우며 무조건적인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능한 일이었고, 이미 존재한다는 걸 알게됐다.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 엄마가 날 사랑하는 것, 아빠가 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모호한 감정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생명이 생기자 무지막지한 중압감이 생겼다. 그리고 동시에 의리가 생겼다. 이 녀석이 어떤 일을 겪든 내가 책임지기로 말이다.
같이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내가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못할때, 힘들어서 입조차 떼기 힘들때, 내 옆에 있어주는 이 녀석때문에 힘을 얻고, 덕분에 산책도 나갈 수 있다는 것. 매일매일 준비되어있는 무언가를 선물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상황이라는 것은 여의치 않을때가 많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일수도 있겠다.
강아지의 보호자가 필히 알고있어야 되는 것은, 강아지는 산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늘 규칙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 알고 있다면 정신적이든, 신체적 병이든, 강아지를 키우는것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병 때문에 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 산책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고, 규칙을 알려줄 수 있는 단호함과, 사랑을 줄 수 있는 무한한 애정만 있다면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다.
세상엔 정말 많은 강아지들이 길 위에서 또는 보호소에서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살아간다. 나에게 있는 무슨 병 때문에, 내가 이 아이를 케어하지 못할까봐. 이런 고민으로 입양을 주저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봤으면 좋겠다.
충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나요?
산책 나가줄 수 있나요?
이 아이를 죽을때까지 사랑해줄수 있나요?
나도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 깊은 고민과 생각 끝에 너무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었으니, 걱정 마세요. 당신의 고민은 당연한겁니다. 충분히 깊이 고민하세요. 많이 고민하세요. 책임과 사랑의 사이에서 헤매어보세요. 그럼 이제 괜찮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