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관리의 늪
자기관리가 뭐지? 보통 운동하고 헬스장가고 필라테스 다니거나 요가를 하면서 몸매관리를 하면 자기관리를 하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오늘은 나를 돌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다. 자기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는 건 좋은일이다. 나도 운동을 매일매일 나가고 있고. 그게 나를 돌보는 행위는 맞지만.... 그치만 그게 다야? 근육이 있는 몸을 유지하는 게 나를 관리하는 일의 전부일까?
운동을 가는 일은 어찌나 힘든 일인지. 이 글을 보는 정신질환자들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경조증의 상태에서는 우울증의 상태인 것 보다 운동이 잘 되는 것 같다. 적어도 집 밖에 나갈수 있고, 고양감이 드니 활기가 돈다. 헬스를 할 때 무게를 평소보다 많이 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운동을 할수가 있고, 땀흘린 다음 마시는 시원한 물의 맛이 죽여주는 것만 같다.
우울증이 찾아온 나에게는 어떨까. 나가야 한다고 몇시간동안 다짐을 한 다음, 어찌저찌 나가기에는 성공한다. 여기까지 했으면 다 된줄 알았다. 운동복을 입고도 집 밖으로 한 걸음 뗴기가 힘들다. 도통 나갈 수가 없다. 유산소를 하고 나서, 웨이트를 하는 도중에 눈물이 터졌다. 왜 울지? 나 왜 울고있지? 오늘 너무 힘든 하루였나? 그래도 마음을 잘 가다듬고 일도 잘 풀린 것 같았는데, 왜 울고 있는거지? 당황스러움에 더불어 불안까지 덮쳐오기 시작했다. 짝꿍에게 나 오늘 너무 힘든 하루였어... 하고 말한 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주룩주룩 터졌다. 헬스장 사람들이 다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내 감정을 어떻게 추스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같이 운동하던 짝꿍이 내 상태를 알아차렸다. 운동을 중단하고 가까스로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나의 감정은 종잡을 수 없었다. 약을 먹지 않았던 상황에서의 나는 너무 약해져있었다. 우울증의 상황에서는 버스를 타다 창밖을 보면 눈물이 난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 죽을것만 같다. 지나가는 트럭에 몸을 던져버리고싶다. 높은 빌딩을 보면 저기서 떨어지면 죽겠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어떻게 돌보고 감정은 어떻게 추스르는 것이 옳은 것일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옳은 방법은 없었다. 그냥 나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뿐. 누구에게나 통하는 방법이 아니다. 일단 나를 돌보기 첫번째, 환기를 시킨다. 닫혀있던 방 문을 활짝 연다. 죽을것 같은 숨막힘 속에, 누워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에게 환기는 작은 에너지로 큰 효과를 주는 일이었다.
두번째로, 나는 언젠가부터 즉흥적으로 어딘가 떠나는 걸 좋아했다. 내가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면, 짝꿍은 그 상태를 알아차리고 나를 옷입혀서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어디 가볼까 오늘? 하면 나는 울면서도 고개를 주억거리곤 한다. 언제 한번은 짝꿍이 기가막힌 포장마차를 안다며 나를 데려갔다. 포장마차에 가서 오뎅을 먹고, 순대를 먹었다. 처음에는 입맛이 없어서 톱밥을 씹는것 같다가도, 추운 날씨에 오뎅국물 한잔 먹으니 몸이 녹는 기분이었다.
나에겐 이런 것이 자기관리다. 환기라던가, 드라이브라던가, 어떤 방법이라도 좋다. 나를 돌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자기관리, 자기관리 한다. 그중 내 마음을 돌보는 행동은 얼마나 될까? 내 마음을 세심하게 만져서 어느부분이 약하고 어느부분이 강한지,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그런것들을 알아보는것이 나의 관리이자 회복 방법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것은 무엇인가. 나를 돌보는 것이다. 아프더라도 나를 돌보는게 건강한 행동이다. 이미 아파버린걸 어떡하겠나. 나는 돌파구를 찾아야했다. 마침내 돌파구를 찾은 나는, 그전보다 행복하다. 혹여나 마음 속에서 헤매고 있다면, 마음을 세심하게 더듬어보길 바란다. 드디어 어느 부분이 강하고, 어느 부분이 약한지 알게 된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돌파구는 찾을 수 있다. 어떤 해결책을 바라기보다 나에게 맞는 마음의 비책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