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10월호 독서의 계절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0월호 주제는 '독서의 계절'입니다.
소설을 열심히 읽고 있다. 무기력에 빠진 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보통은 다른 사람들이 창조한 세상에 빠져서 산다. 그러다가 뭔가 할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계획을 세워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봐! 힘을 내라고 종용하는 류의 책들이 마구 읽어 치운다.
기분이 좀 나아졌다. 일도 안정적이고, 내 앞길을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 (여행) 에세이류를 읽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아, 이래서 마음이 아팠구나, 그렇게 극복해 냈구나. 이 때는 공감 능력도 최대치다.
독서의 계절이 왔다고들 한다. 나의 독서는 내 "마음의 계절"에 따라 달라져 왔다.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나는 프리랜서였다. 일이 많아 힘든 달엔 수입이 많았고, 팽팽 노는 달에는 걱정이 앞섰다. 내 밑으로 부모님과 동생 둘, 강아지 세 마리의 생계가 달려있었다. 힘든 달에는 당연히 책 속에 파묻혔다.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안한 방법.
이 시절 가장 신나게 읽었던 책들은 대체로 시리즈 물이었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작가의 상상력을 좋아해서 그의 모든 책을 다 찾아 읽기도 했다. 기욤 뮈소 작가의 뻔한 이야기들을 가슴 졸이며 읽었다.
이렇게 책 속에 빠져있다 보면, 슬슬 일이 또 들어온다. 숨통이 트인다. 그럼 또 열심히 일을 했다. 들어오는 일과 통장에 찍히는 잔고가 곧 마음의 치유였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너무 질리게 듣지 않았나?
나의 독서량은 '마음의 계절'에 따라 좌우된다.
기분이 좋고 몽글몽글할 때엔 소설이 제격이다.
우울하고 일이 잘 안 돼서 축축 쳐질 때엔 자기 계발서를 미친 듯이 읽는다.
간혹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있고, 자기비판이 심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힐링이 되는 소설을 읽거나 힐링 에세이를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결국 일 년 내내 독서는 ing.
만 네 살부터 끼고 살았던 책들. 그 책들이 곧 나의 삶이자 마음이자 기분이고 일상이다. 독서엔 계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