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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Oct 12. 2024

킬포가 대체 몇 개야? <베어트리파크 수목원>

아기 고양이 구출 작전, 수목원 스탬프 투어

가볍게 즐길 예정이었다. 우리는 이미 이틀 동안 두 군데의 수목원을 다녀왔으니.

"서울 올라가는 길에 있으니까, 잠깐 들러 휙 보고, 가다 점심 먹고 그럼 될 거 같아."


"근데 여기 조금 비싸."

그래, 조금 비쌌다. 어른 1인당 13,000원. 가장 비쌌던 수목원이 한화에서 운영하는 제이드 가든이었는데, 12,000원이었다. 왜 비싸지?


민망하게 파인 옷이나, 요가복을 입으신 분은 출입을 금합니다. 말씀하시면 옷을 대여해 드립니다.


오. 까다롭다. 근데 표 받으시는 분이 아주 깐깐한 인상이시다. 여기 만만치 않겠는데?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 정도면 매일 매 순간 나무를 다듬고 계신 게다! 정말 숨 쉬듯이 나무와 풀과 잡초를 돌보고 계신 게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렇게나 아름답게 유지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동상, 기억하시는가? 우리가 아는 그 작품은 전 세계에 무려 25점이나 있다고 한다. (당연히 한 점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중 15번 진품이 바로 이 베어트리 파크 정원에 있었다!!



정말 진품이라니! 더욱 놀라운 건, 우리나라에 진품이 무려 두 점이나 있다고 한다!

그래,  그럴 수 있어! 이 아름다운 유럽풍 건물도, 정교하게 다듬어진 수목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진품도.


근데 두 번째 킬포는 놀랍게도 "베어트리 파크"의 "베어"였다!!



베어가 정말로 있었다!!! 불곰과 반달가슴곰이 따로 있었고, 사육 상태가 말도 못 할 정도로 좋았다. 수십 혹은 백여 마리의 곰들은 털이 반질반질하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 2천 원을 주고 당근 먹이를 산다. 불곰 한 마리와 눈을 마주친다. 그럼 아이가 손을 모으고 입을 아 벌린다. 잘 조준해서 던지면 휙 받아먹는다! 불곰뿐만이 아니다. 조그맣고 귀여운 반달가슴곰들은 멀리 떨어져서도 무척 잘 받아먹는다. 필요한 건, 우리 둘만의 싸인! 나 던질게, 잘 받아! 응!!!




당근을 먹고 싶은 아이들은 관객과 눈을 맞추면 되고, 배부르고 졸린 아이들은 그늘에 들어가 자면 된다. 물을 좋아하는 곰들을 위해 물놀이장이 여럿 준비되어 있고, 분수가 계속 나온다. 이토록 깨끗하게 관리가 되다니. 연신 감탄이 나온다. 곰이 이렇게나 많은데,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우리는 불곰과 반달곰에게 각각 당근 간식을 줬다. 죄책감이나 연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은 보호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안내표지판을 읽어보니 설립자에게 누군가 곰 한쌍을 선물한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 후로 오갈 때 없는 곰들도 데려오고, 그들이 가족을 이루며 지금의 대가족이 되었다고. 그래, 입장료가 비싼 거, 나 이제 완전 이해한다! 완전 오케이!


파크의 크기가 방대하니 건물도 여러 개가 있다. 유럽풍의 아름다운 건물은 대체로 식당이나 카페다. 일단 우리는 땀을 식히기 위해 카페로 들어갔다. (9월 30일인데, 이 더위는 무엇이란 말인가!)

시원한 카페에 앉아 파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점심시간! 옆좌석 가족이 팥빙수를 먹으며, 파크 내에서 점심 먹을 이야기를 하시길래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봤다. 말씀인즉슨, 꽤 괜찮다는!

"우리도 그냥 파크 내에서 먹을까?"

그렇게 간 곳이 푸드 코트.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서 먹는 비빔국수와 돈가스 맛은 일품이었다. 엄청 맛있어서라기보다 분위기가 다 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이미 다 봤지, 뭐. 먹고 슬슬 서울 가자!" 이런 느낌이었다. 다가 올 미래는 전혀 모른 채로.


온실까지 내려가는 길에는 불 켜진 전구가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입이 떡 벌어지도록 잘 관리되는 온실 역시 뭐 하나 손색없이 아름다웠다. 온실 옆 장미원에서는 가을 장미들이 앞다투어 피고 있다. 장미향이 은은하다. 대체 어떻게 관리하면 이렇게 빈틈없이 아름다울 수 있지?


감탄에 감탄을 하며 걷다가 문을 하나 발견했다. 빨갛고 주황색인 문. 이 문 뒤에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높고 곧은 나무가 열 맞춰 서 있고, 그 나무들을 덩굴이 감싸고 올라갔다. 군데군데 주홍색 능소화가 피어있다. 몇 해 전, 강추위로 향나무들이 냉해를 입었고, 죽은 향나무를 옮겨 덩굴과 능소화로 이런 멋진 장소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이건 그냥 예술이다! 능소화가 많이 피었던 8월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상상만으로도 벅차오른다. 이곳은 그냥 비밀의 화원, 나만 알고 싶은 시크릿 가든이다.




잘 관리된 분재들을 지나 <만경비원>이라는 온실로 들어갔다. 식물보다는 나무가 먼저 보였다. 나무 조각으로  만든 거대한 자기를 보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지니 확실히 알겠다. 이건 아가 고양이다. 뭔가 곤경에 빠졌다! 나무와 풀숲 사이를 자세히 보다 눈이 딱 마주쳤다.


내 손바닥만 한 아가고양이가 나보다 키가 큰 나무 기둥을 붙잡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울지 않는다. 급해졌다. 고투어를 불렀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오실 분을 기다렸다. 5분 정도 지나 카트를 타고 직원분이 오셨다. 다행이다. 선한 인상이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맡겨둔 후, 우리는 온실의 2층으로 오른다. 다육들이 화려하다! 어찌나 크고 오밀조밀 잘 컸는지, 전국의 다육맘들이 보면 기겁할 것 같다만, 아가 고양이가 다시 울기 시작한다. 내 마음이 다시 급하다. 일방통행인 전시실 길을 거꾸로 다시 내려가 보다 직원분과 딱 마주쳤다.


"2층에 어미고양이가 있어요!"

"네, 안 그래도 봤어요. 제가 내리려다 버둥대서 그만 아가가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꼬물거리고 있으니 전시실에 사람 좀 빠지면 어미가 찾아갈 거예요."


사람 손길이 필요해서 그렇게 울어 놓곤, 막상 사람 손길이 닿으니 무서웠나 보다. 그냥 가만히 잡혔으면 어미 품으로 안전하게 갔을 텐데. 보나 마나 캭캭 성질을 부렸겠지. 덕분에 나만 땀을 쫙 뺐다.


아가고양이 구출작전이 끝나고 나니 힘이 쭉 빠졌다.


"이제 그만 가자. 여긴 너무 버라이어티 했어."


출구를 나서는데, 엇! 걸렸다! 요가복 입은 언니! 검표하시는 분이 열심히 뛰어가 셔츠를 하나 들고 오신다! 그래요, 언니. 제가 보기에도 조금 민망해요.



집에 와 며칠이 지나고, 문득 고투어가 말했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수목원에 대한 우리의 기준이 베어트리파크 때문에 너무 높아진 거 같아."



Tip.

<수목원 스탬프 투어>의 노란 스탬프 박스는 수목원 입구에 있다. 도장은 기프트 샵 직원분이 직접 찍어주신다. 내가 찍지 않아, 좀 색다른 경험이었다.


#수목원스탬프투어 #베어트리파크 #세종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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